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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로 가는 저녁 / 정윤천

 

 

발해에서 온 비보 같았다

내가 아는 발해는 두 나라의 해안을 간직하고 있었던

이쁘장한 한 여자였다

마을에서는 유일하게 자전거를 다루어 들을 달리던

선친의 어부인이기도 하였다

학교 가는 길에 들렀다던 일본 상점의 이름들을

사관처럼 늦게까지 외고 있었다

친목계의 회계를 도맡곤 하였으나

사 공주와 육 왕자를 한 몸으로 치러 냈으나

재위 기간 태평성대라곤 비치지 않았던

비련의 왕비이기도 하였다

 

막내 여동생을 태우고 발해로 가는 저녁은

사방이 아직 어두워 있었다

산협들을 연거푸 벗어나자

곤궁했던 시절의 헐한 수라상 위의

김치죽 같은 새벽빛이

차창에 어렸다가 빠르게 엎질러지고는 하였다

변방의 마을들이 숨을 죽여 잠들어 있었다

 

병동의 복도는 사라진 나라의 옛 해안처럼 길었고

발해는 거기 눈을 감고 있었다

발목이 물새처럼 가늘어 보여서 마침내 발해였을 것 같았다

사직을 닫은 해동성국 한 구가

미처 닿지 않은 황자나 공주들보다 먼저 영구차에 오르자

가는 발목을 빼낸 자리는

발해의 바다 물결이 와서 메우고 갔다

발해처럼만 같았다

 

 

 

 

발해로 가는 저녁

 

nefing.com

 

 

 

함양군은 대표 문학제전인 제13회 지리산문학제를 6·7일 함양문화예술회관과 상림공원, 지리산 일대에서 개최한다.

 

지리산문학회와 계간 시산맥이 공동 주관하는 지리산문학제는 이날 지리산문학상과 지역문학상 등을 시상하고 시낭송과 공연 등 문학인의 가을 향연을 연다. 개막식은 6일 오후 3시 함양문예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다.

 

올해 제13회 지리산문학상에는 정윤천 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수상작으로 정윤천 시인의 발해로 가는 저녁4편이 최종 확정됐다.

 

지리산문학상은 지난 한 해 발표된 기성 시인들의 작품 및 시집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제로 전국적인 규모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올해부터는 상금도 1천만 원으로 인상돼 수상자의 시 창작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는 지리산문학상의 새로운 도약에 걸맞은 수상자 선정을 위해 오태환 시인과 이경림 시인, 김추인 시인 등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랜 격론 끝에 정윤천 시인을 수상 시인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그의 시적 모티프는 많은 부분 기억의 지평선 아득한 지점에 묻어두었던 것을 새삼 발굴해 드러내는 형식에 의존한다고 정윤천 시인의 작품을 평했다.

 

13회 지리산문학상 수상작품과 수상소감, 심사평 등은 계간 시산맥가을호에 소개될 예정이다.

 

지리산문학상은 함양군과 지리산문학회에서 제정해 첫해 정병근 시인이 수상한 것을 비롯해 유종인·김왕노·정호승·최승자·이경림·고영민·홍일표·김륭·류인서·박지웅·김상미 시인이 각각 수상했으며 엄정한 객관성의 확보를 통해 전국적 권위의 문학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리산문학제를 주관해 온 지리산문학회는 전국에서 드물게 올해로 39년을 이어온 함양지역 중심의 문학단체로 매년 지리산문학동인지를 발행해 왔으며 문병우·정태화·권갑점 등의 시인과 노가원·곽성근 작가와 정종화 동화작가, 박환일 문학평론가 등을 배출했다.

 

한편, 이번 지리산문학상 수상자인 정윤천 시인은 1960년 전남 화순 출생으로 1990무등일보신춘문예 당선, 1991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 ‘흰 길이 떠올랐다’, ‘탱자꽃에 비기어 대답하리’, ‘구석등과 시화집 십만 년의 사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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