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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對酌) / 현택훈

 

 

국밥에 소주를 마시니

새벽별이 떴다야

택실 기다리는 저 사람들도

노래 소리가 작아졌군

가로등은 너무 밝아서

고갤 숙이고 있는 것 같아

달리는 새벽바람이

아침신문을 스치네

너는 날 다시

새벽으로 데리고 왔어야

등 굽은 청소미화원은

수도승처럼 거룩하지 않은가

 

국밥집 유리창 앞에 앉은

새벽 거리가 내게

눈물 같은

소주를 또 붓고,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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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응모작들이 이상하게도 서로 비슷비슷한 내용이고 형식이다. 정말로 쓰고 싶어서 쓴 시보다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것에 떠밀려 쓴 시가 더 많아 보인다. 아마도 시 창작 강좌 등의 영향인 것 같다. 산문 형식의 시가 많았는데, 억지로 내용을 담으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시가 하는 일이 무엇이고 시를 읽는 재미가 어데 있는가, 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대목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뛰어난 시가 적지 않아, 지용문학상의 만만치 않은 수준을 말해 주었다.

 

죽음에 이르는 병’(임종훈)은 군더더기없이 아주 깔끔하게 다듬어진 시다. 이쯤의 솜씨에 이르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리라. 파도와 일상의 권태와 삶의 각박함의 병렬적 비유도 자못 실감난다. 마지막 연의 처리도 시의 여운을 인상적으로 오래 남기는 효과를 극대화한다. 한데 다른 시들은 이 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리지 못하면서, 너무 심한 편차를 만들고 있다. 자신의 장점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돼지머리’(한수남)는 말 재간과 재치가 보통이 아니다. 청승스럽거나 구성지지 않고 밝고 날렵해서 또 다른 시 읽는 맛을 제공해 준다. 하지만 조금 더 다듬어졌으면 좋겠다. 무언가 시들이 너무 어수선하다. ‘1958년 산, 포터 트럭’(신윤경)은 남편을 포터 트럭에 비유한 시로서, 삶의 구체가 울림을 준다. 가락도 제법 있다. 하지만 너스레가 좀 심하다. 같은 이의 수도도 재미있는 발상이지만, 꼭 들어가지 않아도 될 구절들이 여러 군데 들어가 있는 것이 흠이다. ‘대작(對酌)’(현택훈)은 새벽에 혼자 술을 마시면서 바라보는 거리 풍경이 소재가 되고 있는 시다. 그런데도 제목을 대작이라 한 것은 그 새벽 거리와 마주 앉아 술을 마신다는 개념에서일 터이다. 독작이라 할 것을 대작이라 해서 고독감을 배가시킨 점은 작자가 높은 시적 연마를 쌓았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어데 한 군데 빼고 더할 데 없이 깔끔한 점도 크게 호감이 간다. 이에 비해서 같은 이의 양말 한 켤레의 노래는 생활의 실감이라는 면에서는 더 깊은 감동을 주면서도 너무 말이 많아 시를 읽는 재미가 덜하다.

 

이상의 시 가운데서 선자들은 현택훈의 대작(對酌)’을 당선작으로 정하는 데 쉽게 의견을 모았다. 작자나 다른 투고자들은 양말 한 켤레의 노래대신 굳이 이 시를 당선작으로 뽑은 이유를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심사위원 유종호·신경림

 

 

 

 

남방큰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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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 지용신인문학상에 제주도 푸른밤을 품고 대전에 상륙해 문학공부를 하고 있는 현택훈(32·사진·대전 동구 대동)씨가 대작이란 시로 당선됐다.

 

현택훈씨는 군대 있을 때 읽은 시란 무엇인가?’를 쓴 유종호 시인과 평소 존경해 마지 않은 신경림 시인에게 평가를 받아 당선돼 더할 나위없이 영광이다우리나라 현대시의 거두인 정지용 시인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문학에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현택훈씨는 지난해 한국사이버대학교에서 주관한 전국백일장에서 은상을 탔고, 대전일보에서 주관한 동물사랑, 자연사랑 백일장에서 장원을 한 바 있다.

 

대전 동구 대동에 거주하고 있는 현씨는 대작(對酌)이란 시에서 일반 소시민의 소소한 일상을 잔잔하게 그리려 했다재작년에도 지용백일장과 지용신인문학상에 응모했다가 떨어진 경험이 충분한 약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7회 지용청소년문학상은 모두 267명이 722편을 응모했고, 우리 지역에서는 옥천고의 손효선 양이 장려상에 선정됐다. 이번 심사위원을 맡은 이은방 시인과 도창희 시인은 예심을 거쳐 본선에 오른 수많은 작품 중에 평년작을 웃도는 수준을 보여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응모작에는 단시보다는 장시가 많았고 주제의식이나 표출능력 따위는 보편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신인문학상과 청소년 문학상 시상식은 각각 14일 오전 11시 군청 회의실과 13일 오후 5시 관성회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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