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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토막 / 이탄

 

 

여름날,헤엄을 치고 놀 때

즐거웠다,

물을 먹으며 공을 던지며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대개 우리들은 노는 일에 몰두했다

 

어깨 위로 조금씩 어둠이 내려앉을 때

바위처럼 살리라

구름처럼 살리라

그러면서 산 속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 여름날 해변가는 그냥 있는데

또 다른 물결이

앞에 서서

길 떠날 준비를 한다

 

이제는

나무토막처럼 물 위에

떠 있을 것이다.

 

정말?

 

 

 

 

윤동주의 빛

 

nefing.com

 

 

[심사평]

 

심사위원들은 예년에 해왔던 관례에 따라 우선 각자가 후보 작품들을 추천하였고 이를 논의한 결과 이탄 시인의 나무 토막을 이의없이 제8회 공초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이탄 시인은 1964년 등단한 이래 왕성한 작품활동을 해온 우리 시단의 중진 시인이다. 그동안 시인은 휴우머니즘에 토대하여 삶의 애환을 중후하게 노래한 시들을 써왔고 많은 독자들과 비평가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음으로 여기서 그의 문학성을 재론하는 것은 사족이될 것이다.

 

이번 수상작 나무 토막역시 언뜻 일상사의 한 단면을 단순하게 스케치한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그 안에 인생에 대한 깨우침이 전류의 섬광처럼 빛나는 작품이다.그리고 이 시에서 보듯 사소하고 평범한 소재를 통해 생의 깊이를 통찰할 수 있는 그의 시적 사유와 상상력이야말로 시인이 지닌 문학적비범성이라고 할 만하다.유년 시절,물장난을 치고 놀던 강변에 다시 돌아온노년의 화자는 이제 인생이란 흐르는 물에 떠가는 한갓 나무토막에 지나지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여기에는 인생을 달관한 자의 처연한 아름다움과삭막한 우수가 한 가지로 녹아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 심사위원 金奎東(원로시인) 李根培(재능대 문예창작과 교수) 宋秀權(순천대 문예창작과 교수) 吳世榮(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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