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상] 나무 안에서 / 김형영
산에 오르다
오르다 숨이 차거든
나무에 기대어 쉬었다 가자.
하늘에 매단 구름
바람 불어 흔들리거든
나무에 안겨 쉬었다 가자.
벚나무를 안으면
마음속은 어느새 벚꽃동산,
참나무를 안으면
몸속엔 주렁주렁 도토리가 열리고,
소나무를 안으면
관솔들이 우우우 일어나
제 몸 태워 캄캄한 길 밝히니
정녕 나무는 내가 안은 게 아니라
나무가 나를 제 몸같이 안아주나니,
산에 오르다 숨이 차거든
나무에 기대어
나무와 함께
나무 안에서
나무와 하나 되어 쉬었다 가자.
나무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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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여우 / 류인서
재 하나 넘을 적마다 꼬리 하나씩 새로 돋던 때
나는 꼬리를 팔아 낮과 밤을 사고 싶었다
꼬리에 해와 달을 매달아 지치도록 끌고 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꽃을 샀다
새를 샀다
수수께끼 같은 스무고개 중턱에 닿아
더 이상 내게 팔아먹을 꼬리가 남아있지 않았을 때
나는 돋지 않는 마지막 꼬리를 흥정해
치마와 신발을 샀다
피묻은 꼬리끝을 치마 속에 감췄다
시장통 난전판에 꽃핀 내 아홉꼬리 잃어버린 춤사위나 보라지
꼬리 끝에서 절걱대는 얼음별 얼음달이나 보라지
나를 훔쳐 나를 사는
꼬리는 어느새 잡히지 않는 나의 도둑
당신에게 잘라준 내 예쁜 꼬리 하나는
그녀 가방의 열쇠고리 장식으로 매달려 있다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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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 대구방송은 제6회 육사시문학상의 본상 수상자로 김형영(65) 시인을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나무 안에서'.
심사위원회는 수상작에 대해 "자아와 세계 사이의 교감과 친화를 깊이 있게 형상화하면서 생명사랑과 사랑의 철학, 그리고 평화사상을 지속적으로 천착해 이육사의 문학정신을 계승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젊은 시인상에는 시집 '여우'의 류인서(49) 시인이 선정됐다.
상금은 본상 1천만 원, 젊은 시인상 500만 원이며 시상식은 내달 초 TBC에서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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