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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구석기뎐 외 6편 / 김희원

 

2012년 6월 한국교양기초교육원 제1회 대학생 고전 에세이 대회 은상 수상
2012년 10월 남원 춘향 문화원 독서 감상문 우수상 수상
2014년 8월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중어중문학과 석사과정 수료
2015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신 구석기뎐

 

nefing.com

 

 

 

[심사평] 시의 상상력은 그 무엇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

 

노동해방, 인간해방을 외치며 스스로를 불살랐던 전태일의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1988년 제정된 ‘전태일문학상’이 올해로 24회째를 맞았다. 이보다 13년 뒤에 제정된 ‘전태일청소년문학상’은 이번이 11회째이다.

제24회 전태일문학상에는 시, 소설, 생활·기록문 부문에 각각 797편(응모자 187명), 114편(70명), 136편(101명)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당선작으로는 시 부문에 김희원의 「新 구석기뎐」외 6편이, 소설 부문은 아쉽게도 당선작을 내지 못했고, 생활·기록문 부문에 이경수의 「가리봉 청춘들의 삶」 외 1편이 선정되었다. 응모작 심사는 예심과 본심으로 나뉘어, 시 부문 예심은 문동만, 송경동 시인이 본심은 백무산, 정우영 시인이, 소설 부문 예심은 정하진, 오수연, 본심은 윤정모, 이인휘 소설가가, 생활·기록문 부문 예심은 최경주 소설가, 안미선 작가, 본심은 김해자 시인과 신순애 작가가 심사를 맡았다.

시 부문 당선작 「新 구석기뎐」등을 쓴 김희원의 시에는 그만의 호흡이 들어 있어 선자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우리시대 청춘들의 난감한 시대적 허기를 무난하게 시로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시적 사유가 고만고만해서 작품들이 서로 튀질 않는다. 생각과 언어가 서로 끌고 밀면서 치열하게 싸워야 시가 새로워진다. 그중 「新 구석기뎐」을 당선작으로 내기로 했는데 이 작품의 호소가 조금은 나았기 때문이다. 당선을 계기로 하여, 좀더 구체적이고 생생한 자신만의 캐릭터를 찾아내기 바란다.

본심에 올라온 여러 작품들의 각기 다른 장점과 미덕에도 불구하고, 생활글 이경수의 「가리봉 청춘들의 삶」을 당선작으로 올리는 이유는 우선적으로 소박한 삶의 날것 그대로의 냄새가 배어나오는 절박성과 체험의 구체성 및 진실성 때문이다. 이 작품에는 1980년대 가리봉 벌집 혹은 닭장집 풍경이 바로 눈앞에 보이듯 잘 묘사되어 있다. 도배지, 화장실, 공동 화장실, 부엌문 및 토요일 오거리 정경 등 세부묘사와 이웃의 모습과 공장 노동자들의 활기찬 모습이 활동사진처럼 살아 움직인다. 누추하되 천하지 않으며, 가난하되 빈곤으로 찌들지 않고, 노동 밖에 낭만과 관계와 사랑과 꿈이 있다. 디지털한 문명과 오늘의 노동자들이 잃어버린 풍경을 돋을새김하는 능력은 글 쓰는 이의 소박하고 진솔하며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이웃의 삶을 사랑하는 태도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좋은 기록은 미사여구나 감상이 끼여들 여지가 없다. 과장도 엄살도 배제하고 미화의 욕구조차 벗어버리고 대상에 핍진하게 다가간 작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경수의 「가리봉 청춘들의 삶」이 그러한 점을 잘 보여주고 있는 글이다.

올해 작품집은 예년과 달리 ‘올해의 르포르타주’ 면을 신설했다. 한 해 동안 발표된 르포 작품들 중 독자들과 다시 읽고 싶은 작품을 선정해 지면에 싣는 기획이다. 이는 기록자로서 충실했던 전태일의‘기록 정신’을 이어받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송기역의 「너는 살고 내가 죽었다」는 박선영 열사의 모친인 오영자의 생애를 담았고, 서분숙의 「안녕들 하십니까」는 안녕하지 못한 청춘을 사는 태우와 점환의 사연을 담고 있다. 정윤영의 「“이러다 노동자 다 죽는다”」는 홍종인 유성기업 전 지부장의 목소리를 통해 유성기업에서 그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기록하고 있다.

전태일청소년문학상은 올해로 11회를 맞이했다. 산문 부문의 올해 응모작들은 어른들의 세계를 다룬 작품이 많았던 이전과 달리, 청소년 자신들의 세계와 삶을 다룬 작품이 부쩍 늘었다. 반가운 변화이다. 이로 인해 올해 전태일청소년문학상 수상작들은 청소년들이 서 있는 자리를 확인하는 지면이 될 것이다. 전태일 열사는 일기, 편지, 수기, 소설 등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가 아닌, 자신이 몸담은 곳, 자신의 삶이 놓여 있는 곳에서 소재를 찾고 글을 썼다. 청소년들이 이 점을 헤아리길 기대한다고 심사위원들은 밝히고 있다.

심사는 시 부문에선 김성규, 박소란 시인이 예심을, 배창환, 맹문재 시인이 본심을 맡고, 산문 부문에선 신혜진 소설가, 김대현 문학평론가가 예심을, 안재성, 김한수 소설가가 본심을, 독후감 부문에선 신지영 아동청소년문학작가와 유현아 시인이 예심을, 박일환 시인이 본심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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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꿈 / 김희원

 

 

어릴 적 나는 스님에게도 꿈이 있느냐고 물었다

스님은 말없이 미소만 지으셨다

잠자코 비질만 하셨다

그 뒤로 꿈은 속인에게만 있는 것인 줄 알았다

꿈이 많아서 앓아눕던 나는

엄마한테, 내 꿈 좀 버려달라고 했다

늙어 다시 찾은 절에서

비질을 하는 젊은 스님을 본다

꿈이 있었을까

꿈을 버렸을까

마당을 비워내는 비질에서

한쪽으로 쌓이는 나뭇잎이 있다

딱히 쓸지 않아도 좋을 나뭇잎을

스님은 쓸어낸다

애쓰지 않아도 될 것을 애쓰는 몸짓에서

스님도 무언가 매달려 있구나

늙은 손은 염주를 고쳐 잡고

비워지지 않는 빈 마당을 보며

저 은자의 꿈같은 것은 거두어가시라고

어미 마음으로 죽향이나 더 태웠다

 

 

 

[당선소감] 이제 고무신 탈탈 털고 늙은 마음으로 나서봐야지요

 

내세에서나 들을 법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길로 교내 대성전으로 향했습지요. 속울음을 삭힌 뒤에야 불가의 마음으로 유가의 전당을 찾았음을 압니다. 양가 모두 노여워마세요. 단지 속세만 아니면 좋겠다는 심정이었는걸요.

 

대성전 앞뜰에 쌓인 눈은 여전히 순결하였습니다. 구름의 그림자도 함부로 내려앉지 못했답니다. 저 역시 육욕이라도 번질까 누군가가 남기고간 발자국만 밟고 섰습니다. 정녕 가고 싶은 세계는 저쪽에 따로 두고서요.

 

제게 있어 시란 그러한 존재입니다. 가까이하고 쓰다듬고 싶으면서도 차마 마음을 먹지 못하는 세계. 저로서는 그 자체가 고귀하고 순결하도록 놓아두는 편이 좋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잘못 날린 머리카락 한 올에 인연이 될 줄은요. 여기(餘技)에 지나지 않을 붓질을 하나의 여백으로 보아주시니, 이 몸은 업을 지어도 단단히 지었습니다.

 

시력(詩歷)이라 할 것도, 시심(詩心)이라 할 것도 없습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온몸으로 시를 썼던가, 죽비만 휘두릅니다. 오늘일은 말의 절간에서 차 한 잔 잘 마시고 간다, 생각하렵니다. 이제 고무신 탈탈 털고 늙은 마음으로 나서봐야지요. 생의 여백은 주름진 데서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침 탑 그림자가 비에 쓸립니다.

 

 

 

 

맛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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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당선 이후 뼈저린 단련 있어야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오는 시절에는 그런 세월의 한 자국으로 하여금 새삼스레 인간의 예절이 있게 된다. 첫째 거친 말투가 없어야 한다. 서로 은근히 격려하고 상찬하는 아름다운 말씨가 살아나야 한다. 오랜 덕담이 바로 그렇다. 이런 자세로 이번 응모작 가운데서 뽑혀온 작품들을 읽었다.

 

어디 경전이 따로 있겠는가. 고대 동양에서는 시를 시경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이 응모작들도 그 밑바닥에는 사뭇 경전의 어떤 요소가 들어있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러나 이것들을 대하는 동안 나에게서 결코 아름다운 말씨로 소감을 적을 수 없게 환멸이 늘어났다. 거의가 말을 비틀어내고 있다. 거의가 말이 삶에서 길어 올리기보다 꾀부리는 헛 장식으로 되기 십상이었다. 이런 것들을 읽어가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지난해나 지지난 해의 응모작보다 차이가 나는 원인이 뭘까 하고 생각했다. 아마도 막된 세태와 당대 삶의 부화뇌동 그리고 정서의 굴절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것 가운데서 상대적으로 가작 수준의 작품이 거느린 소박한 서술전개가 돋보였다. 억지 복합은 단순 표백을 두드러지게 한다. <스님의 꿈>이 그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작품 자체의 긍지보다 다른 것의 언어남용 속에서 눈에 띄는 환경의 덕택 삼아 당선작으로 삼는다. 당선의 기쁨보다 당선 이후의 뼈저린 단련이 있어야 비로소 한 시인의 초상을 이룰 터이니 스스로 채찍의 붓을 들 것.

 

다음으로 위의 당선작과 견주게 되는 <흰나비>는 장자 호접의 고차원을 그대로 복사한 것인데 그런 복사의 유추를 자기화하는 솜씨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장자 텍스트가 작자 자신의 텍스트로 환원되는 일은 도식적이면 안 된다. <소금꽃 사리>는 어머니의 장례를 통한 처연한 어머니의 일생과 그 일생의 결말을 깊은 애도로 그려내는데 주지적 서술보다 재래 심성의 어조였다면 그 완성도가 더할 뻔했다. 정진하면 제 그릇을 이루리라. <봄을 만나다>는 설명이 진실을 가려버린다. <철쭉제>는 시조의 자연스러움에 더 다가가야겠다.

 

심사위원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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