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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창고 / 이수명

 

 

우리는 물류 창고에서 만났지

창고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차려 입고

느리고 섞이지 않는 말들을 하느라

호흡을 다 써 버렸지

 

물건들은 널리 알려졌지

판매는 끊임없이 증가했지

창고 안에서 우리들은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갔다가 거기서

다시 다른 방향으로 갔다가

돌아오곤 했지 갔던 곳을

또 가기도 했어

 

무얼 끌어내리려는 건 아니었어

그냥 담당자처럼 걸어 다녔지

바지 주머니엔 볼펜과 폰이 꽂혀 있었고

전화를 받느라 구석에 서 있곤 했는데

그런 땐 꼼짝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지

 

물건의 전개는 여러모로 훌륭했는데

물건은 많은 종류가 있고 집합되어 있고

물건 찾는 방법을 몰라

닥치는 대로 물건에 손대는 우리의 전진도 훌륭하고

물류 창고에서는 누구나 훌륭해 보였는데

 

창고를 빠져나가기 전에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누군가 울기 시작한다.

누군가 토하기 시작한다.

누군가 서서

등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누군가 제자리에서 왔다 갔다 하고

몇몇은 그러한 누군가들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대화는 건물 밖에서 해주시기 바랍니다.

정숙이라 쓰여 있었고

그래도 한동안 우리는 웅성거렸는데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소란하기만 했는데

 

창고를 빠져나가기 전에 정숙을 떠올리고

누군가 입을 다물기 시작한다.

누군가 그것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조금씩 잠잠해지다가

더 계속 계속 잠잠해지다가

이윽고 우리는 어느 순간 완전히 잠잠해질 수 있었다.

 

 

 

 

물류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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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는 28일 청마문학상, 김춘수시문학상, 김상옥시조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등 2018 통영문학상 4개 부문 수상자를 발표했다.

 

청마문학상 수상자는 문정희 시인으로 작품집 작가의 사랑이며, 김춘수시문학상 수상자는 이수명 시인으로 작품집 물류창고이다.

 

김상옥시조문학상은 작품집 못의 시학을 펴낸 박지현 시인에게 돌아갔으며, 김용익소설문학상은 작품집 당신의 비밀의 홍명진 작가를 선정했다.

 

청마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이, 김춘수시문학상·김상옥시조문학상·김용익소설문학상 수상자에게는 1000만원씩의 상금이 수여되며 시상식은 오는 10 13일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2018 통영문학상 본심심사에 청마문학상은 김명인(시인·고려대 교수), 오세영(시인·서울대 명예교수), 허영자(시인·성신여대 명예교수), 김춘수시문학상은 이하석(시인·대구문학관장), 채호기(시인·서울예술대 교수), 김상옥시조문학상은 박기섭(시조시인), 오승철(시조시인), 김용익소설문학상은 구효서(소설가), 하창수(소설가, 번역가)씨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통영문학상은 지난 2017 7 1일부터 올해 6 30일 기간 중 전국에서 출간된 모든 작품집을 대상으로 예심, 본심의 심사과정을 거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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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 / 김산

 

 

푸른 저녁이 등의 짐을 잠재우는 시간으로 돌아가겠다.

고독의 밀실로 말하노니,

구름의 검은 조등이 맨발 아래 스멀거리는 구나.

죄를 지은 사람과 죄를 벗은 사람 사이에서

분분히 포말 되는 거울의 말을 사랑한 적 있다.

섬이 떠다닌다. 한 섬 두 섬 세 섬 선한 양들을 부르듯.

섬은 별의 공동묘지. 저기 아래.

죽음의 정박을 절체절명의 몸부림이라고 이해하겠다.

어둠이 하얗다고 소년이 소리친다. 그것은 비석의 그림자를 본

늙은 매의 날갯짓이 전생을 파닥거리는 불온한 외침.

어린 송장의 관의 문을 열고 비로소 명멸하는 저녁,

잔디들이 일제히 일어나 향을 피우며 음복을 한다.

바람의 후레자식들이여! 무릎 꿇고 고개를 숙여라.

집을 잃은 성근 별들이 뜨거운 손을 잡고,

들개 한 마리가 앞발을 천천히 거두어 가슴으로 덮는다.

 

바람이 분다. 죽어야겠다.

바람이 불지않는다. 그래도 죽어야겠다.

 

 

 

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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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통영문학상 수상자가 선정됐다. 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고동주)는 청마문학상에 천양희(사진) 시인, 김춘수시문학상에 김산 시인, 김상옥시조문학상에 문희숙 시인, 김용익소설문학상에 조해진 작가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통영문학상은 통영출신인 시인 유치환과 김춘수, 시조시인 김상옥, 소설가 김용익을 기리고 있다. 통영문학상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까지 1년간 전국에서 출간한 모든 작품집을 대상으로 심사를 했다.

 

선정 결과 청마문학상은 천양희 시인의 작품집 '새벽에 생각하다(문학과지성사)'가, 김춘수시문학상은 김산 시인의 작품집 '치명(파란)'이 선정됐다. 이와 함께 김상옥시조문학상에는 문희숙 시인의 작품집 '짧은 밤 이야기(고요아침)', 김용익소설문학상은 조해진 작가의 '빛의 호위(창비)'가 선정됐다. 청마문학상 수상자는 상금으로 2000만 원을 받고, 나머지 수상자에게는 1000만 원을 받는다.

 

통영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0월 21일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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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라는 생각 / 이현승

 

 

꿈이 현실이 되려면 상상은 얼마나 아파야 하는가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절망은 얼마나 깊어야 하는가

 

참으로 이기지 못할 것은 생활이라는 생각이다

그럭저럭 살아지고 그럭저럭 살아가면서

우리는 도피 중이고, 유배 중이고, 망명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뭘 해야 한다면

 

이런 질문,

한날한시에 한 친구가 결혼을 하고

다른 친구의 혈육이 돌아갔다면,

나는 슬픔의 손을 먼저 잡고 나중

사과의 말로 축하를 전하는 입이 될 것이다

회복실의 얇은 잠 사이로 들이치는 통증처럼

그렇게 잠깐 현실이 보이고

거기서 기도까지 가려면 또

얼마나 깊이 절망해야 하는가

 

고독이 수면유도제밖에 안 되는 이 삶에서

정말 필요한 건 잠이겠지만

술도 안 마셨는데 해장국이 필요한 아침처럼 다들

그래서 버스에서 전철에서 방에서 의자에서 자고 있지만

 

참으로 모자란 것은 생활이다.

 

 

 

 

생활이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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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통영시문학상 4개 부문 수상자가 선정됐다.

 

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고동주)는 지난 17일과 18 '2016 통영시문학상' 4개 부문 수상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통영시문학상 4개 부문은 청마문학상과 김춘수 시 문학상, 김상옥 시조 문학상, 김용익 소설 문학상 등이다.

 

2016 청마문학상 수상자는 시집 <보고 싶은 오빠>(창작과비평)를 낸 김언희 시인이었다.

 

이와 함께 김춘수 시 문학상에는 <생활이라는 생각>(창작과비평)을 쓴 이현승 시인이, 김상옥 시조 문학상에는 박영식 시인이 선정됐다. 박 시인은 <굽다리 접시>(동학사)를 썼다. 김용익 소설 문학상에는 <애니>(문학과지성)를 쓴 정한아 작가가 선정됐다.

 

통영시문학상은 지난 한 해 전국에서 출간된 모든 작품집을 대상으로 엄정한 예심과 본심사를 거쳤다.

 

당선자에게는 청마문학상 2000만 원, 나머지에게는 각각 1000만 원 상금을 준다.

 

시상식은 10 15일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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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테리아 / 김이듬

 

 

이 인간을 물어뜯고 싶다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널 물어뜯어 죽일 수 있다면 야 어딜 만져 야야 손 저리 치워 곧 나는 찢어진다 찢어질 것 같다 발작하며 울부짖으려다 손으로 아랫배를 꽉 누른다 심호흡 한다 만지지 마 제발 기대지 말라고 신경질 나게 왜 이래 팽팽해진 가죽을 찢고 여우든 늑대든 튀어나오려고 한다 피가 흐르는데 핏자국이 달무리처럼 푸른 시트로 번져가는데 본능이라니 보름달 때문이라니 조용히 해라 진리를 말하는 자여 진리를 알거든 너만 알고 있어라 더러운 인간들의 복음 주기적인 출혈과 복통 나는 멈추지 않는데 복잡해죽겠는데 안으로 안으로 들어오려는 인간들 나는 말이야 인사이더잖아 아웃사이더가 아냐 넌 자면서도 중얼거리네 갑작스런 출혈인데 피 흐르는데 반복적으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 큰 문이 달린 세계 이동하다 반복적으로 멈추는 바퀴 바뀌지 않는 노선 벗어나야 하는데 나가야 하는데 대형 생리대가 필요해요 곯아떨어진 이 인간을 어떻게 하나 내 외투 안으로 손을 넣고 갈겨쓴 편지를 읽듯 잠꼬대까지 하는 이 죽일 놈을 한 방 갈기고 싶은데 이놈의 애인을 어떻게 하나 덥석 목덜미를 물고 뛰어내릴 수 있다면 갈기를 휘날리며 한밤의 철도 위를 내달릴 수 있다면 달이 뜬 붉은 해안으로 그 흐르는 모래사장 시원한 우물 옆으로 가서 너를 내려놓을 수 있다면

 

 

 

히스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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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통영시문학상 수상자가 결정됐다.

 

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고동주)는 지난 18일 위원회를 열고 청마문학상 수상자로 정끝별, 김춘수시문학상 수상자로 김이듬, 김상옥시조문학상 수상자로 서숙희, 김용익소설문학상 수상자로 윤고은씨를 각각 결정했다.

 

정끝별 시인은 1964년 전남 나주 출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88년 문학사상 신인 발굴 시 부문에 칼레의 바다  7편의 당선으로 등단했다.

 

김이듬 시인은 진주에서 태어나 부산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경상대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1년 계간 포에지로 등단했다.

 

서숙희 시인은 1959년 경북 포항 기계면 출생으로 매일신문과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에 당선(1992)돼 문단에 나왔다.

 

윤고은 작가는 동국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3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아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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