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문학제추진위원회(회장 김혜숙)는 올해의 통영문학상 수상자로 김춘수 시문학상에 박판식 시인의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김상옥 시조문학상에 박옥위 시조시인의 '조각보 평전', 김용익 소설문학상에 조용호 작가의 '떠다니네'를 선정했다고 26일 공식 발표했다.
2014년 통영문학상 심사는 시 부문에 이기철, 장석주 교수, 시조부문은, 윤금초, 홍성란 시인이 소설 부문은 임철우 작가와 김원일 교수가 맡았다.
시 문학상 수상자 박판식 시인은 1973년 생으로 경남 함양에서 출생해 동국대 국문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문학과 경계’ 편집위원과 ‘문학선’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동국대와 광운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그는 2001년 동서문학을 통해 등단해 2003년 대산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와 2004년 시집 ‘밤의 피치카토’ 2013년 시집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를 발간했다.
이기철, 장석주 심사위원은 “일곱 권 중에서 네 권을 최종후보로 검토했다. 문성해 시집 ‘입술을 건너간 이름’ 윤성택 시집 ‘감에 관한 사담들’ 이승희 시집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 박판식 시집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등이다.
네 분 시인들은 각자의 개성을 활짝 꽃 피우고 있어서 누가 수상자가 되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심사자는 고심 끝에 독창성과 개성에서 놀라운 성취를 보여준 박판식 시집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를 2014년도 김춘수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택했다. 고 평했다.
김상옥 시조문학상 당선자 박옥위 시인은 한국 시조문학계의 중견 시인이다. 그녀는 1941년생으로 1967년 무렵 울산문인협회 한국지부회원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현대시조와 ‘시조문학’에 동시(同時)천료되면서 본격적인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통영문학제추진위원회(위원장 김혜숙 통영문인협회장)는 27일 시, 시조, 소설 장르별 심사위원회를 개최, '2013년도 통영문학상' 수상자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심사는 박주택, 장석남 시인이 시 부문, 이우걸, 유재영 시인이 시조 부문, 백시종, 방현석 소설가가 소설 부문을 각각 맡았다.
김춘수 시문학상 수상자 조동범 시인은 경기도 안양 출생으로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한신대 문예창작학과를 거쳐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2002년 문학동네 신인상 시 부문에 당선 등단했으며, 작품집으로는 시집 '심야 베스킨라빈스 살인사건' '카니발', 산문집으로는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문학평론집 '디아스포라의 고백들' 등이 있다. 현재 계간 시인동네, 격월간 시사사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중앙대, 서울예대, 한서대 문예창작학과에 출강 중이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조동범의 시집 '카니발'(문학동네)은 도시 생태학적 시선으로 자본과 속도의 문제를 탐구하며 불길한 죽음 의식과 팽팽히 대결, 은폐돼 있는 인간의 심층적 감정이나 원초적 욕망을 밀도 있게 관찰해 시속에 전각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박주택 심사위원은 "김춘수 시세계와 멀리 떨어지지 않는 탁월한 시적 고투를 살피는 한편 최근 시적 활동을 활발, 시적 성취가 남다른 것을 기준으로 본선에 오른 10여 권 중 최종 5권을 다시 심사, 최종 조동범의 카니발을 선택했다"고 심사기준을 밝혔다.
또 "조동범은 체험을 깊이 있게 인식해 자신을 세계와 고립시키지 않고,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인간과 현실의 관계를 변화시키고자 노력해 온 뛰어난 시인"이라고 평했다.
조동범 시인은 "시 쓰기가 설렘과 열정으로만 가득했던 날들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언제나 일상을 벗어난 순간들이었고, 그런 날들이야말로 내 삶의 가장 빛나는 지점이 아니었을까 싶다…나는 나의 시가 일상성의 무의미한 파국에 함몰될까 언제나 두려웠고, 그것을 피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시 쓰기는 지리멸렬한 파국을 향해 치닫는 것만 같았다. 김춘수 시문학상 수상 소식은 이런 내게 새로운 지점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주었으며, 오랜 기간 인내했던 시인으로서의 삶을 어루만져주었다. 가족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통영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7월 5일 오후 7시 통영문학제 개막식과 함께 문화마당 특설무대에서 열리며, 창작지원금으로 각각 1천만원이 주어진다.
시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절 김춘수 선생님의 시 ‘꽃’을 읽고 또 읽으며 아련한 미답의 세계를 꿈꾸던 시절들이 있었습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시들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좋아하는 시를 스크랩하여 벽에 붙여놓고 매일 암송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저는 시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기뻤습니다. 그리고 또 우연히 어느 문화재단의 후원금을 받아 첫 시집을 내었습니다.
그렇게 얼떨결에 밖으로 나왔지만 아무도 제게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너무나 쉽게 시인이 되었고, 첫 시집을 간행한 것이지요. 그때 시인이란 이름은 몸에 걸치는 것이 아니라 닦고 빛을 내야 광택을 내는 광물임을 알았습니다. 문학이 사치가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좋은 시란 표현의 수사나 시류의 모방에 있지 않고 사유의 깊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잠 못드는 밤이 많았습니다. 기진맥진해 펜을 놓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고통의 자기 고백이 이번 수상작이 된 두 번째 시집 『햇살 마름질』이었는데 행운은 이렇게 축복처럼 왔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김춘수 선생님을 기리는 이 상을 받다니요. 통영에서 이 소식을 알려주었을 때 저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러나 기쁨 뒤엔 겁이 덜컥 났습니다. 이 큰 상을 감당할 수 있을 지, 혹 누가되지 않을 지, 앞으로도 이 명예에 맞는 시를 써낼 수 있을지, 꼬리를 무는 걱정이 상의 무게만큼 이나 무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토록 갈망하고 동경했던 세계라서 더욱 값지게 생각합니다. 선배님들이 걸어 오셨듯이 어둡고 쓸쓸한 길을 열심히 걷겠습니다. 앞으로 이 문학상이 기대하는 시인으로 성장하는데 한 눈을 팔지 않겠습니다.
김춘수 시인은 시안(詩眼)에서 시에도 눈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의 눈은 일상적인 사람의 눈과는 달리 이쪽은 보지 않고 저쪽도 보지 않고 그쪽만 보는,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있다고 했습니다. 시의 눈으로 바라 볼 때 한 송이 꽃이 피어난다고 했듯이 저도 바람에 시달리고 비를 달래며 꽃을 피워 보겠습니다. 그들과 같이 쪼그리고 앉아 햇빛과 구름과 새 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제가 수상하도록 배려해 주신 분들 뜻 잊지 않겠습니다. 그간 제 시들을 지켜보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무엇보다도 많이 부족한 제 시를 읽고 격려해주신 심사위원님 깊이 감사 인사 올립니다. 아름다운 통영을 문학의 메카로 만드느라 애쓰시는 관계자 여러분께도 마음 단정히 하고 인사드립니다.
2012년 김춘수시문학상에 응모된 시집의 수는 모두 55권이었다. 이 가운데 예심을 거쳐 두 본심위원에서 전달된 시집은 21권이었다. 본심위원은 심사에 들어가기 전에 다음과 같은 심사기준을 정하였다.
첫째, 한국시의 올바른 건강성 회복에 기여할 만한 깊이를 지닌 시집.
둘째, 올바르지 않은 문장, 기이한 어법 등 작금의 시단이 노출하고 있는 부정적인 요소를 덜 지닌 시집.
셋째, 독자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시류에 영합하는 난해성을 보이는 시집은 가급적 배제.
넷째, 삶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탐색을 보여주고 있으며 건강한 세계관을 가진 시인의 시집.
다섯째, 김춘수 시인의 시정신을 이을 만한 유망주의 시집.
이런 기준을 정하고서 심사에 임하고 보니 5권의 시집으로 압축되었다. 어떤 경우 심사위원이 해설을 쓴 시집도 있었고 표4 글을 쓴 시집도 있었고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시인의 시집도 있었다. 이러한 사적인 것은 배제하고 오로지 시집의 질적 함량을 놓고 따지면서 후보 시집을 압축해 나가다가 최종적으로 남게 된 시집이 김선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햇살 마름질』(서정시학)이다.
예심 통과작 21권 안에는 유명세는 누리고 있는 시인의 시집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지만 김선호 시인은 등단 11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내는 무명에 가까운 시인이다. 논의 과정에서 본인에게 큰 격려가 되어 발전의 계기로 삼을 만한 시인의 시집이면 좋겠다는 얘기도 나왔고, 중앙문단에서 주는 문학상을 2회 이상 받은 이는 고려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햇살 마름질』은 전통과 실험, 일상(日常)과 이상(理想), 자아와 세계, 추억과 기억, 체험과 상상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시가 그다지 어렵지 않으면서도 메시지의 깊이는 ‘옛 우물’ 같다. 편편의 시 중에서 처지는 것이 없다는 것도 강점이지만 인생의 희로애락, 아니, 인생살이 가운데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슬픔과 아픔의 깊이 속으로 두레박을 던져 은유와 상징의 물이 철철 넘치는 시를 길어 올리는 시인의 노력이 십분 느껴진다. ‘종합진단’ 연작시는 특히 더 좋았다. 부박한 언어의 유희가 시단의 주류인 양 유행을 타고 있어 걱정스러운데 김선호 시인의 시는 다행히도 소재와 언어에 대한 대단한 집중력으로 시적 긴장감을 어느 한 편에서도 잃지 않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해 김선호 시인의 『햇살 마름질』은 애당초 염두에 두었던 심사기준에 가장 적합한 시집이었다. 그래서 두 심사위원은 수상결정에 흔쾌히 동의할 수 있었다.
통영문학제추진위원회는 김춘수 시문학상에 김충규 시인의 <아무 망설임 없이>(2010, 문학의 전당), 김상옥 시조문학상에 이달균 시조시인의 <말뚝이 가라사대>(2009, 동학사), 김용익 소설문학상에 소설가 김정남의 <숨결>(2010, 북인)을 각각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문학상에는 전국에서 시부문 27명, 시조부문 7명, 소설부문 8명이 응모했다. 특히 시 부문에 많은 사람이 응모하여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송수권·정일근 시인이 시부문을, 박시교·이지엽 시인이 시조부문을 심사했으며, 소설 부문에 소설가 강석경·유익서 씨가 심사를 맡았다.
김춘수 시문학상 수상자 김충규(46) 시인은 진주 출신으로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김상옥 시조문학상 수상자 이달균(54) 시인은 함안출신으로 1995년 무크 '시조시학'에 <생명을 위한 연가> 9편의 연작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김용익 소설문학상 수상자 김정남(40) 소설가는 2002 <현대문학> 평론과 2007 <매일신문>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됐다. 통영문학상 시상식은 내달 1일 오후 7시 통영문학제 개막식과 함께 문화마당 특설무대에서 열리며 창작지원금 1000만 원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