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디지탈 하늘 / 김지향
디지탈 버튼을 쥐고 나는 손이 붙어 있는지
더듬어 본다
너무 가벼워 먼지로 날아간 줄만 알고 있는 나는
나에게 육체가 있느냐고
물어본다
육체가 가벼울 때
길끝이 트이고 모래먼지를 털며
길끝의 나무가 홰를 칠 때
나무의 날개 사이로 보인다
하늘이, 살이 붓지도 않고 양 옆으로
열림이 환히 보인다
그때 하늘이 먹은
새들이 꽃씨를 물고 팔랑팔랑 나오고
그때 하늘이 먹은
나뭇잎이 열매를 매달고 동글동글 나오고
그때 하늘이 먹은
바람이 물결무늬 치마폭을 펄럭이며 나오고
그때 하늘이 먹은
햇살이 치마끈을 풀어 땅에 수정 기둥을 세우며 나온다
날아 나온 몸 바뀐 존재들은 가벼운 육체로
땅의 안 바뀐 존재들과 하나의 허리띠에 묶여
하나가 된다
나의 디지탈 하늘은 이제 배가 푹 꺼져
땅에 내려와 누웠다
우주가 일직선으로 길게 깔려버리는
김지향 시세계
nefing.com
시인 김지향(62)씨가 격월간 시전문지 "시현실"과 "내린문학회"가 공동 제정한 "제1회 박인환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박인환 문학상"은 지난 57년 32세의 나이로 타계한 박인환 시인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시현실"과 시인의 고향 인제에서 활동 중인 "내린문학회"가 공동으로 제정했다.
김씨는 지난 56년 등단한 이래 "병실""위험한 꽃놀이" 등 시집 20여 권을 냈고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지내며 현대시의 연구 발전에도 기여했다.
시상식은 박인환 문학제(15~18일) 기간인 15일 오후 3시 강원도 인제군 인제문화원 대강당에서 열린다.
최근 박인환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김지향씨의 59편의 신작시를 담은 ‘때로는 나도 증발되고 싶다’가 모아드림에서 출간됐다.
지난 57년 ‘별’을 한 일간지에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씨는 지난 43년 동안 기독교 시세계를 구축해 왔으며 ‘병실’ ‘유리 상자 속의 생’ 등 20여 권의 시집과 에세이 시론집을 펴냈다.김씨는 이번 시집에서 속도의 디지털시대에 느림의 미학을 역동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오랜 연륜을 쌓은 한 시인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이미지, 현실, 몸의 다성악적 변주가 독자들의 기억에 남을 만하다.
이기철 교수(영남대)는 해설을 통해 “시를 위한 뛰어난 감각과 촉수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남이 못 듣는 미세한 소리, 남이 못 보는 미세한 사물과 틈새, 남이 맡지 못하는 냄새를 맡는 후각을 지닌 듯하다”고 평했다.
또 문학평론가 정영자 교수(신라대)는 “초고속의 흐름 앞에 때때로 자신마저 증발되고 싶은 첨단과학의 증후는 시인의 고뇌이자 시대의 화두”라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대한민국 문학상 시문학상 기독교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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