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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송 / 범대순

 

 

우리가 무등산이 좋은 것은

눈을 감아도 그 동서남북

서서 바라보는 자리가 화순인 듯 담양인 듯

광주 어디 서서 보아도 크고 넉넉함이며

우리가 무등산이 좋은 것은

춘하추동 계절 없이 넘어선

언제나 붉은빛이 푸른빛이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만 자색의 꿈

우리가 무등산이 좋은 것은

알맞게 높고 알맞게 가난하고

그 안에 수많은 장단과 고저

역사가 바위가 되고 흙이 된 긴 이야기

평생 한 번만이라도 원노니

낮에도 별들이 내려와 노는

너덜겅같이 밤에도 태양이 뜨는

침묵이 바로 함성인 큰사람 같이

 

 

 

무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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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태어난 시인 범대순 시인은 1958<문학예술>에 시 '승무'로 널리 알려진 조지훈 선생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주로 활동했던 시인은 올 1월 무등산에 대한 사랑을 담은 시집 <무등산>으로 제12회 영랑시문학상을 받았다.

 

이번 시집은 범대순 시인이 평생동안 1,100번의 무등산 산행 그 가운데 160번의 허락된 정상 1,100고지 서석대 등정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 숫자는 그의 말에 따르면 숫자가 아니라 스토리다. 그 속에는 무모하게 홍수를 이기려다 119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난 이야기, 영하 30°C 하의 서석대, 섭씨 35°C 하의 산행으로 심장의 모터가 꺼질 뻔한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남도의 원로시인 범대순 시인은 동양정신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서양적인 감수성과 모더니즘 시 방법을 결합함으로써 한국 현대 서정시에서 독특한 개성의 영역을 개척해왔다. 또 공동수상자 김종철 시인은 실존적 삶의 성찰과 존재론적 생의 인식을 신성사적 지평으로 확대하고 고양해 온 역량 있는 중진 시인이다.

 

한편, 12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자 두 분이 올해 타계하여 강진의 문인들은 물론 문단 안팎에서 안타까운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12회 영랑문학제 때 시상하기로 결정한 두 시인 중 먼저 범대순 시인이 타계한 데 이어 김종철 시인까지 5일 오후 타계했다.

 

영랑기념사업회 김창한 회장은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영랑문학제를 취소하자는 일부 이사들의 의견도 있었고, 시상만 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면 단위 행사까지 취소하는 분위기에서 군과 협의를 하는 등 다각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였다면서 내년 행사에 시상할 계획이었는데, 두 분의 수상자가 올해 타계하셔서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창한 회장은 5일 조화를 보내 유족들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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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고엽제 노래 /  김종철

- 못의 사회학1

 

 

참외는 노랗다

참외는 참회한다

제 속의 많은 씨만 헤아리기에는

그 죄가 너무 깊고 달다

 

고엽제는 오렌지색이다

에이전트 오렌지

빈 드럼통만 굴리는 속죄는

소리만 크다

많은 씨를 헤아리지 못했던

그 죄가 천벌이다

 

파월 참전 용사들은

영문도 모르고 고엽제에 폭로되었다

참호 속보다 더 농익은

꽉 막힌 정글을 터주던 저놈들이

40여 년 지난 지금

늙은 전우 찾아 하나씩 말려 죽이고 있다

에이젼트 오렌지라는 이름으로

검은 베레모를 쓴 다이옥신!

몇 대의 비행기가 분무기 뿌리듯 지나가면

정글은 파삭 늙어버렸다

가을도 없이 말라 비틀어져 버렸다

선택적으로 죽이는 강력한 제초제

그래그래, 잡초 같은 전우들이 어디 한둘이더냐

  

폭로된 전우들은 75세 이상이 돼야 보훈병원 진료비를 감면받을 수 있다고 선심 썼던 나라 대한민국.GNP 103달러밖에 안 된 피죽도 먹기 힘들었던 그 당시, 미국과는 참전 수당으로 1인당 월 200달러 받기로 계약했지만, 정부는 월 30~40달러만 지급하고 국가경제 부흥 명목으로 차압했던 우리나라 좋은 나라.

 

우리들은 참외 속의 씨보다 더 많이 파병되었다.

한번 용병은 죽어서도 애국자가 되어야 했다.

왜냐구? 참외는 씨를 많이 품을수록 더욱 단 법이니까!

 

 

 

못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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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왜 기도는 나의 시이며 치유인가

 

요즘 나는 시와 기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기도는 자신의 부족한 것에 대하여 채워달라고 하는 겸손의 태도입니다. 마더 데레사는 하나의 인간으로 살아가며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기적을 찾아가는 일이 기도라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간절히 바라는 것을 깊이 있게 찾을 때에 비로소 삶의 기쁨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 전 저는 뜻하지 않은 상황에 부딪혔습니다. 해마다 정기적으로 받는 건강검진에서 암 판정을 받은 것입니다. 앞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나의 여명이라고 했습니다. 삶에 대한 무조건 무장해제였습니다. 울 수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최소 6개월이란 시간이 보장되어 있어 자신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망의 순간에 저는 기도했고, 또 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삶은 허투루 덮인 껍질을 벗고 아주 진실한 모습으로 다가왔고 기도하는 그 절실함이 저를 낮게 내려놓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매일 기도하며 관조도 배웠습니다. 관조는 귀를 기울이는 기도였습니다.

 

제 시와 기도는 자기 자신에게서의 경청을 의미했습니다. 어떤 종류의 메시지에 대한 감수성도 아니고, 다만 자기 자신의 공허 안에서 당신의 메시지의 충만함을 깨닫기를 기다리는 묵상입니다. 오직,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과 홀로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의 기도와 시는 진정한 관조자에 이르는 길이며, 사랑으로 이르는 길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후 작은 기적도 보았습니다. 생각보다 빠른 치유로 당신의 큰 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저는 참으로 기쁜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평소 존경해왔던 혜산 박두진 선생님의 이름이 담긴 문학상을 수상하는 기쁨은 사실 남다릅니다. 오늘 저의 이러한 수상소감도 박두진문학상에서나 할 수 있는 소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재삼 고개를 숙입니다.

좋은 작품으로 빚을 갚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못 박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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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제8회 박두진문학상 심사는, 예심을 통과한 여덟 분의 중진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최근 발표한 시편들을 읽어나가면서 진행되었다. 특별히 이번 박두진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매우 깊이 있고 탄탄한 시적 성취를 보여주는 중량감 있는 시인들을 여러 분 만나보게 되었다. 모두 우리 시단에서 남다른 위상을 점하고 있는 시인들이기 때문에 시적 성취의 높고 낮음은 차이를 두기 쉽지 않았고, 각자 그 나름의 개성적 음역을 갖추고 있어서 심사위원들로서는 수준 높은 시적 진경을 경험한 셈이다. 이분들은 이미 등단 20년을 모두 넘긴 터라, 각자의 미학적 완결성과 깊이를 두루 갖춘 시인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심사에서는 미적 품격에서 그 어느 해보다 미더운 성취를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제출되었다. 오랜 토론 끝에 김종철(金鍾鐵) 시인의 최근 시적 성취가 괄목할 만한 것이며, ‘박두진문학상’의 여러 기율들을 충족하고 있다고 심사위원들은 합의를 이루었다. 곧 그의 시편들이, 커다란 스케일과 함께 보편적이면서 진중한 인간 본질에 관한 사유를 두루 결합하여 혜산 시학의 정신적 풍모를 잘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번에 수상작으로 선정된 시편들은 모두 근작시집 ?못의 사회학?(문학수첩, 2013)에 수록된 것이다. 이 시집은 시인이 ?못에 관한 명상?(시와시학사, 1992) 이후, ‘못’이라는 구체적인 사물의 의미를 집중적으로 탐색하여온 결실의 최종 완성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못’을 통해 소소한 일상성에 대한 관찰로부터 심원한 철학적 통찰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상징성을 획득하면서, 인간 실존의 등가물로 ‘못’을 형상화하였다. 더불어 ‘못’을 박고, ‘못’에 박히고, ‘못’을 빼는 일의 심층적 반복을 통해 삶을 해석하고 천착하는 일관성을 보여주었다. 특별히 이번 시집은 못의 존재론에서 못의 사회학 혹은 못의 관계론에까지 관심과 시각을 넓힘으로써 그의 시적 탐구가 존재론에서 사회학으로, 사물의 상징에서 신성의 경지로까지 확장되고 심화되는 과정을 충실하게 보여주었다. 이러한 예술적 성취는 견고하고 일관된 심미적 의식 속에서 길어올린 인생론적 깊이를 담고 있다 할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그의 작품들이 수준 높은 내면 의식과 심미적 감각을 결합하는 과정을 소홀치 않게 보여주는 작품들이라고 생각하였다.

 

거듭 수상을 축하하면서, 김종철 시인만의 고유하고도 따뜻한 시적 연금술이 지속적 진경으로 나타나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심사위원 유종호(심사위원장, 문학평론가, 전 연세대학교 석좌교수, 예술원 회원) 김용직(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학술원 회원) 이영섭(시인, 가천대학교 국문과 명예교수) 조남철(문학평론가, 방송통신대학교 총장, 혜산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장)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이기호(시인, 혜산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회 간사, (사)한국문인협회 안성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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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불 시편 1 / 김종철

 

등신불을 보았다.

살아서도 산 적 없고

죽어서도 죽은 적 없는 그를 만났다.

그가 없는 빈 몸에

오늘을 떠돌이가 들어와

평생을 살다간다.

 

 

 

정지용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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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작으로 김종철 시인의 등신불연작이 선정됐다. 이번 `정지용 문학상' 심사를 맡은 김남조, 고은, 김윤식, 오세영, 김재홍씨는 선정 이유서에서 아래와 같이 김종철 시인의 작품을 분석했다.

 

"이 시는 인간 존재를(중략) `빈 몸' 혹은 `떠돌이'의 모습으로 표상하면서 인간의 본성을 허무한 것 또는 무소유로 게시하고 있다.(중략) 인간의 본성, 즉 육신과 정신의 양면성에 대한 질문을 근본문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중략)"

 

등신불연작은 뒤집어보기라는 역설에 의해 진실과 진리에 이르고자 하는 존재에의 성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구도시(求道詩)또는 증도가(證道歌)로서의 특성을 보여주는 뛰어난 가작이라고 평했다.

 

특히 "한국 현대시에서 종교적인 명상 또는 진지한 존재에 관한 형이상적 성찰이 부족한 점에 비추어 이 작품이 지니는 소중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고 문학사적인 측면에서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김종철 시인은 47년 부산출생으로 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으며 시집으로는 서울의 유서,오이도,못에 관한 명상등이 있으며 윤동주 문학상과 편운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지용 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8일 이기윤, 유안진, 오세영, 신달자, 정구관 씨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일보사 13층 송현클럽에서 오후 6시부터 열릴 계획이다.

 

한편 옥천의 대표적 시인인 정지용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지용회(회장 이근배 시인)가 제정한 정지용 문학상은 계간 `시와시학'이 수상작을 선정해 매년 5월 중 시상식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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