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 박남준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대의 곤한 날개 여기 잠시 쉬어요
흔들렸으나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작은 풀잎이 속삭였다
어쩌면 고추잠자리는 그 한마디에
온통 몸이 붉게 달아올랐는지 모른다
사랑은 쉬지 않고 닮아 가는 것
동그랗게 동그랗게 모나지 않는 것
안으로 안으로 깊어지는 것
그리하여 가득 채웠으나 고집하지 않고
저를 고요히 비워 내는 것
아낌없는 것
당신을 향해 뜨거워진다는 것이다
작은 씨앗 하나가 자라 허공을 당겨 나아가듯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여 간다는 것
맨 처음 씨앗의 그 간절한 첫 마음처럼
경기도 의정부예술의전당은 올해 천상병 시문학상 수상자로 박남준(53) 시인이 선정됐다고 6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그 아저씨네 간이휴게실 아래’.
심사를 맡은 시인 신경림, 정호승, 이경철은 문단입문 10년 이상의 경력과 최근 2년간 시집발간을 통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 가운데 박남준 시인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산문시가 유행처럼 번져 산문정신이 시정신마저 말살시키려는 요즘, 박남준 시의 전통적 서정적 자세는 한국 시단의 한 귀감이 된다며 높게 평가했다.
특히 박남준의 시는 소박한 인간의 마음에 그 뿌리를 내리고 과장과 허세없이 하고 싶은 말과 생각을 감추지 않고 느릿하게 감칠맛 나는 막장 같은 맛을 내고 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남준 시인은 1984년 시전문지 ‘시인’을 통해 등단, ‘세상의 길가에 나무가 되어’, ‘풀여치의 노래’,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등의 시집을 냈다.
한편 올해로 13번째를 맞는 천상병 시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4월23일~5월1일까지 열리는 천상병예술제 기간에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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