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무, 새의 형용사 / 김학중
일렬횡대라는 말, 공중의 평면이 된다는 뜻
부력과 중력의 경계 사이를 철새 떼 납작하게 날아간다
바람의 끝에 침을 발라 궤적을 꾹꾹 눌러 그리면
겨울 하늘이 필흔으로 드러나고
절취선처럼 지평선이 부욱 찢어진다
그 좁은 틈을 비집고 새떼가 쏟아져 나오는데
새떼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는 건 날개의 한쪽은 N극
또 다른 한쪽은 S극이기 때문
가로로는 반발하고 세로로는 철석 들러붙는 밀당
자장(磁場)으로 소통하는 새들의 비행은 정교한 문장이다
공중에도 언덕과 비탈이 있어 우여곡절은 예견된 기승전결
기압골에 둥지를 튼 새들의 잠이 깊어지는 시간에도
새들은 날개를 접지 않는다
공중은 거대한 침대
도미노가 쓰러지듯 납작하게 허공에 눕는 새떼
눈을 감고 잠을 자는 새는 바람이 시력이다
발이 시린 새들이 노을의 덧신을 신을 시간이면
등고선으로 그물을 짜 공중에 후릿그물을 치고
구름의 월척을 몰기 위해 일렬횡대로 대오를 이룬다
벗겨진 신짝 같은 노을이 능선에 뒹굴고
새떼의 맨발이 다닥다닥 찍혀 있는 허공은 12폭 병풍
다 펼칠 수 없어 여백까지 넘나드는 새들에 대해
하늘은 오래 묵혀두었던 묵정밭을 펼친다
새들이 일제히 내려와 산란하고 날아가면
묵정밭에 자욱이 안개가 끼고
줄탁(茁啄)인 듯 노란 부리들이 안개를 찢고
이소(離巢)를 시작한다
남해군은 지난 4일 김만중문학상 심사위원회를 갖고 그 이튿날 제8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과 함께 4명의 수상자를 발표했다.
제8회 김만중문학상은 소설부문에서 소설가 김혜자의 `기울어진 식탁`이, 시 부문에서 김학중 시인의 `군무, 새의 형용사` 외 6편이 각각 금상에 선정됐으며, 김경순 작가의 `춤추는 코끼리`와 조경섭 시인의 `바다를 감춘 노도` 외 6편이 소설과 시 부문에서 각각 은상으로 선정됐다.
109명의 작가가 총182편의 작품을 응모한 소설부문에는 김병총, 백시종, 원종국 작가가 심사위원을 맡았으며, 총 216명이 1613편을 출품한 시·시조 부문은 신달자, 신세훈, 이승하 시인 등 4명이 심사를 맡았다.
금상에 선정된 <기울어진 식탁>은 6·25전쟁 전에는 북한의 땅이었다가 휴전 후 남한의 땅이 된 민통선 부근에서 농사짓고 사는 중늙은이들의 이야기다.
심사평에서 "여러 사연으로 얽힌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훌륭한 장편소설로 읽는 내내 행간에서 느껴졌던 `삶의 덧없음`과 더불어, 문장 사이사이에 잘 녹여 쓴 순우리말은 이 작품의 또 다른 미덕"이라고 호평했다.
또 시 부문 금상작인 <군무, 새의 형용사>에 대해서는 "착상과 표현이 놀라울 정도로 확실하고 정겹고 통찰력이 있었으며, 냉혹하면서 따뜻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제8회 김만중문학상의 시상식은 11월 1일(수) 남해유배문학관의 개관기념일에 맞춰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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