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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하는 개 / 김언
식물은 경청하고 있다. 말하는 방식으로.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또 말하는 방식으로. 무슨 소린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감정으로.
청각은 과격하다. 귀는 예민하고 더 예민해졌다. 이파리처럼 길고 넓은 귀는 헌 이파리를 죽여가면서 새 이파리를 내보낸다. 줄기 하나가 단단해지고 있다. 신경은 더 가늘어지고 있다. 끝이 안 보이는 방식으로
성장을 미루고 있다. 성장을 동반하는 방식으로. 우울을 동반하는 방식으로 웃고 떠들고 욕하고 짐짓 반성하는 방식으로 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근다. 나는 경청하고 있다. 쫓겨나는 방식으로.
문밖에서 벌벌 떨며 창밖에서 한없이 기다리는 방식으로 나뭇가지는 들어온다. 일부는 이미 들어왔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불이 켜지는 방식으로
나는 두 시간째 기다리고 있다. 나무는 십 년째 서 있다. 나의 판단이 맞다면 저 안에서 소리는 이미 시작하고 있다. 방 안에서 창 안에서도 새로 돋는 이파리 안에서도.
경청하는 귀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창밖으로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다. 들어오라는 손짓 같기도 하고 나가라는 발짓 같기도 한
그것의 일부는 이미 들어와 있다. 들어와서 사사건건 짖는다. 아주 작은 소리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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