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상자 : 조용미(1962, 曺容美)
2. 수상작 : 「검은 담즙」 외 7편
3. 심사위원 : 유종호, 천양희, 최하림, 김인환
검은 담즙 / 조용미
가슴 속에서 검은 담즙이 분비되는 때가 있다 이때 몸속에는 꼬불꼬불 가늘고 긴 여러 갈래의 물길이 생겨난다 나뭇잎의 잎맥 같은 그 길들이 모여 검은 내, 黑河를 이루었다
黑河의 물줄기는 벼랑에서 모여 폭포가 되어 가슴 깊은 곳을 가르며 옥양목 위에 떨어지는 먹물처럼 낙하한다
폭포는 검은 담즙으로 이루어져 있다
너의 죄는 비애를 깃들이려 한 것이다 生의 단 한순간에도 길들여지지 않는 비애는 그을린 태양 아래 거칠고 긴 숨을 내쉬며 가만히 누워 있다
쓸개물이 모여 生을 가르는 劍이 되기도 하다니 검은 폭포 아래에서 모든 것들은 부수어져 거품이 되어버린다 거품이 되어 날아가는 것들의 헛된 아름다움이 너를 구원할 수 있을까
비애는 길들여지지 않는다
너의 죄는 비애를 길들이려 한 것이니 幻이 끝나고 滅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삶은 다시 시작되는 것을 담즙이 모여 떨어지는 黑河는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지상에서 가장 헛된 것이라 부르겠다
지상에서 가장 헛된, 그 아름다움의 이름은 絶滅이다
시사랑문화인협의회(회장 최동호)가 주관하는 제16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로 시부문에 조용미(43), 평론부문에 강웅식(45.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씨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조씨의 시 "검은 담즙" 외 7편, 강씨의 평론 "한의 폭력에서 흰그늘의 생성으로". 시상식은 오는 9월 18일 김달진문학제 때 경남 진해시청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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