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힌 새 / 박복조
어두운 성당이 푸드덕거린다 번쩍 날개를 펴고 달려 들어 머리를 박는다 거듭 솟구치며 자해하다가 큰 소철 잎이 숲인 줄 알고 내려앉아 떨어진다 십자가 앞에서 퍼덕이다가 제대 위를 가로지른다 창공인 줄 알고 돌진하다 낭떠러지에 뒹군다 줄 없는 그네를 타는 흔들리는 새, 안타까이 누군가를 불렀을 것이다 몸부림칠수록 출구는 멀어지고, 피비린내 나는 모색이다
문 없는 쪽으로만 날고 있으니 길은 없다 감실 불빛만 발갛다 입구만 알고 출구를 모르는 새, 상처가 크겠다 숨을 고르는 낮은 바닥이 기도로 울렁인다 다시 솟구쳐 빛을 보았는지 스테인드글라스 성화를 할퀴고 미끄러진다 휘저은 어둠이 고요히 내려앉는다 머릿속에는 넓은 하늘에의 망향,
또 날아올라 열린 문을 두고 깊숙이 들어간다 탄환 같다
모든 벽이 출구가 된 새, 해 뜰 때까지 더욱 피투성이가 되겠지
새도 나도 길 잃은 한 소절 격랑, 새가 나를 바라본다 어둠에 가두고 있다 뜨거운 숨결로 내 몸 안을 들락거리는 새 한 마리,
불을 밝히자 다시 공중 곡예, 할딱이며 벽에 붙어 있다 문 쪽으로 쫓아도 안으로만 날아든다
새가 불현듯 밖으로 날아간다 광막한 허공에 날개 활짝 펼치는
새의 발에 매달린 너는 누구? 캄캄하고 외로운 날을 얼마를 더 기다려야 날아오를 수 있을지, 비릿한춤
온 하늘에 문이 열려 있다
‘2017 상화문학제’가 26~27일 이틀간 상화고택과 청라언덕, 대구문학관 일대에서 열린다.
26일에는 추모헌다례, 시낭송, 기념연주, 뮤지컬 ‘상화(想華)와 상화(尙火)’공연이 펼쳐진다.
27일 오전 11시부터 청라언덕에서 ‘상화랑 영랑이랑 시도 읊고 차 마시고’라는 주제로 시낭송과 찻자리 행사가 펼쳐지고, 오후 3시30분 대구문학관에서 ‘상화와 시대정신’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세미나가 열린다.
상화문학제와 함께 열리는 ‘제32회 이상화시인상’에는 박복조 시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수상작은 ‘갇힌 새’다. 대구가톨릭대와 동 대학원 국어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박 시인은 1996년 ‘차라리 사람을 버리리라’를 내며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세상으로 트인 문’ ‘빛을 그리다’ 등이 있다. 현재는 국제펜클럽 대구지부 회장이며 대구의 작가상, 국제펜클럽 아카데미 문학상을 수상했다.
박 시인은 “이상화의 나라를 빼앗긴 서러운 깃발, 치열한 시의 본질에 대한 추구 뒤에서 다시 꿈꾸고 쓴다. 우러러 바라보며 그의 시 속에서 제 시가 다시 태어났으면 한다”며 “아픔이면서 위로였던 시 쓰는 일, 이 즐거운 짐을 기꺼이 지고 살아가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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