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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고양이!!!

 

 

 

수묵담채화 / 권수진

 

 

완성되기 전까지는 몰랐어요

화선지에 스며든 붓이 걸어간 길을

붓끝에서 손끝으로 전해지던

당신의 당찬 필체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천천히 때로는 가파르게 획 돌아서는

붓 선의 재빠른 손놀림 어디쯤에서

당신은 사라지고 말았지요

당신을 찾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허공 위에 휘영청 달이 뜨고

나는 어느새 기암절벽에 걸터앉은 신선이 되었네요

발아래 흐르는 강물 위로

나룻배 한 척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노 젓는 어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설마 당신 생각에 머무는 건 아니겠지요

저 멀리 오막살이집 한 채도 보입니다

자연에 묻혀 당신과 함께 그리고 싶었던

하늘과 바람과 꽃과 나비와 총총한 별들의 향연

살다 보니 여백이 더 많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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