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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시인 김춘수씨(78)가 제1회 청마(靑馬)문학상을 받는다. 청마 유치진 시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이 상을 제정한 청마문학회(회장 문덕수)는 최근 신작 시집 의자와 계단을 펴낸 김씨를 20일 첫 수상자로 선정했다.

 

시상식은 214일 오후 2시 통영시민문화회관 개관식과 함께 열리며 창작지원금 1천만원이 주어진다.

 

김씨는 청마와 함께 1945년 통영문화협회를 결성하기도 했으며 1946년 등단한 이래 15권의 시집을 냈다

 

 

 

 

의자와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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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시인 김춘수씨가 새 시집을 내며 여전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로 78세인 김씨는 의자와 계단(문학세계사 펴냄)을 통해 새로워진 작품세계를 독자들에게 펼쳐보였다.

 

시집에 실린 작품은 <의자> <계단>을 비롯해 모두 50여편. 그는 이들 작품에서 '마음가는대로, 느끼는대로' 사물을 관조하며 그 모습을 정제된 언어로 노래했다.

 

김씨는 시적 실험과 자아 부정을 통해 '무의미시'라는 문학적 지평을 열었던 시인. 그는 언어파괴라는 극한작업으로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이번 시집은 이같은 그의 작품세계에 변화를 몰고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언어실험보다는 서정성 넘친 시적 미학으로 인간의 감성을 잔잔하게 자극하고 있다는 것.

 

대표작으로 꼽히는 <>은 유년 시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회상을 한편의 회화처럼 생생하게 재현해내고 있다.

 

<어머니가 어떤 동작을 하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어 서쪽 하늘을 바라봅니다. 나도 무심코 어머니의 시선을 따라 서쪽 하늘을 쳐다봅니다. 그쪽은 온통 놀로 물들어 있습니다 // 놀로 물든 하늘이 어머니의 볼에 적십니다. 어머니의 볼도 놀빛으로 볼그스름 물들어갑니다>(<>에서)

 

팔순을 바라보는 김씨는 치열한 삶과 편안한 안식을 동시에 갈구하고 있다. 시집의 제목을 <의자와 계단>이라고 붙인 것도 이것과 직접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는 책의 첫머리에서 "의자는 안식의 표상이다. 거기 가서 내 엉덩이를 놓아 한번 푸근해지고 싶다. 나는 지금 의자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안타까워 한다. "제아무리 올라간다 해도 계단에는 한계가 있다. 다시 내려와야 한다"는 말로 삶의 고단한 필연을 강조했다.

 

시집 뒷부분에 나오는 다섯편의 짧은 시에서는 그 특유의 익살과 기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제목이 없는 이들 시는 마치 동화같은 분위기를 안겨준다.

 

<달도 말고 별도 말고 / 해 지면 슬금슬금 / 뒷집 영감 불알이나 따러 가세>

 

<우루무치는 내 동생 / 누루무치도 내 동생 / 한 놈은 쩔룸발이 / 한 놈도 쩔룸발이 /왜 두 놈이 다 쩔룩거려야 하나 / 한 놈과 쩔룩거리면 안 될까>

 

김씨는 등단 무렵의 상황과 작품세계 형성과정 등을 들려주는 산문 <시인이 된다는 것> 등 두 편의 산문도 시집 끝에 덧붙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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