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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천태산 은행나무 문학상 대상[문화재 청장상]



천 년의 하루, 하루 / 김명철     


가릉거리는 사랑을 떠나 산길을 가고 있어요

천년 동안 어린 폭포가 마르고 있네요

바위틈에 돌멩이를 던져 넣은 하루치의 운세가

미끄러져요 놀란 다람쥐처럼 내일이나 어제처럼

나에게서 빠져나가요

계곡물에 담그듯 흐르는 사랑에 담기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발목은 잡히라고 있는 건가 봐요

없는 눈길에도 무표정에도 환청에도 잡히고

발목에 발목이 잡히기도 해요

사랑이 도질 무렵 그러니까 참지 못하고 긁기 전에

떠난다고 할 걸 그랬어요 긁힌 사랑이

뒷걸음질로 산길을 나보다 먼저 오르고 있네요

나를 내려다보고 있네요

손이 발이 된 사랑을 보러가요 은행잎처럼

노랗게 밟힌 사랑이 다시 뿌리내리는 것을 보러 가요      






제2회 천태산 은행나무 문학상 최우수상[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 대표상]



은행나무 끙끙 / 전건호


천태산에 와서 천태산의 끝을 바라본다.

오고 가는 길이 온통 구려도 가을은 가을이어서 황금빛인가

메주덩어리거나 숯검댕이 된 마음 망탑봉 지나

천년 은행나무 곁을 끙끙 거닐 때면

지상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둥글게 익어간다

큰 사랑은 그 독한 구린내를 삭히고서야 찾아오는 거라고,

땅바닥에 주르르르르 말씀 없는 법문 펼쳐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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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상자

           1. 정윤천(시인) 수상작품 「은행나무 사랑」

           2. 임   윤(시인) 수상작품 「은행나무는 흐른다」

 

 

 

 

 

         * 수상작 1

 

           은행나무 사랑 / 정윤천

 

           누군가 여기 와서 거닐다 갔다

           초록 위에 스쳐가는 바람결같이

 

           누군가 여기 와서 고백하고 갔다

           빗금으로 반짝이던 빗방울같이

 

           누군가 여기 와서 기다리다 갔다

           언제나 제 자리에 스러지는 노을빛같이

 

           그 일들 다 겪어주느라

           천태산 은행나무 여기 서 있다

 

 

             

                    정윤천 시인

 

 

 

 

 

       * 수상작 2

 

      은행나무는 흐른다 / 임윤

 

       만추를 털어낸 샛노란 수맥의 발자국

 

       시위 당기던 해도 저물어

       속눈썹으로 날아드는 시간의 화살

       눈동자에서 파르르 떠는 저녁

 

       선을 긋고 떠난 바람의 필체인가

       우듬지에 보푸라기 이는 비행운

       손차양에 금세 번지는 노을

 

       가을의 촉수는 퇴적된 계절에서 움터

       무넘깃둑에 쏟아지는 웃음들

 

       천 년은 너무나 짧아

       차라리 돌이 되고야 말

       화르르 날아오르는 노랑나비떼

 

 

        

                 임 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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