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천태산 은행나무 문학상 대상[문화재 청장상]
천 년의 하루, 하루 / 김명철
가릉거리는 사랑을 떠나 산길을 가고 있어요
천년 동안 어린 폭포가 마르고 있네요
바위틈에 돌멩이를 던져 넣은 하루치의 운세가
미끄러져요 놀란 다람쥐처럼 내일이나 어제처럼
나에게서 빠져나가요
계곡물에 담그듯 흐르는 사랑에 담기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발목은 잡히라고 있는 건가 봐요
없는 눈길에도 무표정에도 환청에도 잡히고
발목에 발목이 잡히기도 해요
사랑이 도질 무렵 그러니까 참지 못하고 긁기 전에
떠난다고 할 걸 그랬어요 긁힌 사랑이
뒷걸음질로 산길을 나보다 먼저 오르고 있네요
나를 내려다보고 있네요
손이 발이 된 사랑을 보러가요 은행잎처럼
노랗게 밟힌 사랑이 다시 뿌리내리는 것을 보러 가요
제2회 천태산 은행나무 문학상 최우수상[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 대표상]
은행나무 끙끙 / 전건호
천태산에 와서 천태산의 끝을 바라본다.
오고 가는 길이 온통 구려도 가을은 가을이어서 황금빛인가
메주덩어리거나 숯검댕이 된 마음 망탑봉 지나
천년 은행나무 곁을 끙끙 거닐 때면
지상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둥글게 익어간다
큰 사랑은 그 독한 구린내를 삭히고서야 찾아오는 거라고,
땅바닥에 주르르르르 말씀 없는 법문 펼쳐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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