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씹다 버린 껌. 이빨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껌. 이미 찍힌 이빨자국 위에 다시 찍히고 찍히고 무수히 찍힌 이빨자국들을 하나도 버리거나 지우지 않고 작은 몸속에 겹겹이 구겨넣어 작고 동그란 덩어리로 뭉쳐놓은 껌. 그 많은 이빨자국 속에서 지금은 고요히 화석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껌. 고기를 찢고 열매를 부스던 힘이 아무리 짓이기고 짓이겨도 다 짓이겨지지 않고 조금씩 찢어지거나 부서지지도 않은 껌. 살처럼 부드러운 촉감으로 고기처럼 쫄깃한 질감으로 이빨 밑에서 발버둥치는 팔다리 같은 물렁물렁한 탄력으로 이발들이 잊고 있던 먼 살육의 기억을 깨워 그 피와 살과 비린내와 함께 놀던 껌. 지구의 일생 동안 이빨에 각인된 살의와 적의를 제 한몸에 고스란히 받고 있던 껌. 마음껏 뭉개고 갈고 짓누르다 이빨이 먼저 지쳐 마지못해 놓아준 껌.
이상화 문학제는 문학 공연, 상화 시인상 시상, 특별 전시회로 구성돼 있으며 1부에서 아미 풍물단의 풍물 들놀이를 식전행사로, 상화 추모시 낭송, 초청 성악, 상화 시노래 공연, 창작무용 등이 이어졌고 2부에서는 상화시인상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24회 상화시인상 수상자로는 '태아의 잠' '바늘 구멍속의 폭풍' '사무원' '소' '껌' 등을 출간한 김기택 시인이 선정됐다. 1957년 안양 출생인 김기택 시인은 중앙대학교와 경희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김수영 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이수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올해 상화시인상 수상작은 그의 시집 '껌'이다.
함께 열린 특별전시회에서는 이상화 선생의 시와 서예 작품, 사진 작품을 비롯해 김기택 시인의 시와 서예 작품 10점이 전시되고 있다. 또 찬조 작품으로 염색 공예가 신계남의 천연염색 작품도 전시중이다.
특히 올해는 지금까지 죽순문학회 주최로 시상해온 상화시인상을 이상화 기념사업회(회장 윤장근)주최로 시상하여 문학제의 의의를 더하고 있다.
제23회 상화시인상 수상자로 시집 '포옹'의 작가 정호승(58)이 선정됐다. 상화시인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송영목)는 2007년 4월부터 2008년 3월 말까지 국내외에서 출간된 만50세 이상 기성 시인들의 시집을 대상으로 심사를 벌여 수상작을 선정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권기호 시인은 "정호승은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의 시어는 짤막하면서 내포하는 바가 크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정호승 시인은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한국일보와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오는 21일 오후 6시 카페 스타지오(MBC 방송국 건너편)에서 열리며 상금 300만원과 기념메달(순금 한냥)이 수여된다.
권국명 시인은 1942년 고령 출생으로 경북대 인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64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현재 대구가톨릭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집 '그리운 사랑이 돌아와 있으리라' '으능나무 금빛 몸' '초록교신'등이 있다.
상화시인상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1901~1943) 시인을 기리기 위해 1986년 제정된 상이다. 시상식은 내달 22일 오후 4시 대구MBC 건너편 카페 스타지오에서 죽순문학회(회장 윤장근) 주관으로 열린다.
상화시인상은 등단 10년 이상, 50세 이상의 국내외 거주자로 2006년 4월부터 2007년 3월31일 사이에 시집을 간행한 사람 중에서 선정하는데, 300만원의 시상금과 이상화 종친회에서 10돈의 순금메달을 수여한다. 시상식은 5월22일 오후 4시 대구MBC 건너편 삼성화재 빌딩 지하 1층 카페 스타지오에서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