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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초라는 사건 / 정월향
오로라로 부릅니다. 양파 속에 앉아 있는 당신과 당신 속에 앉아 있는 양파의 조합. 껍질 사이로 터지는 흰빛의 회오리, 이글루라 부릅니다. 천년 전에 내린 비가 기다리고 있는 집. 오래된 사건으로 다시 태어나는 집. 얼음과 얼음으로 마주 앉았습니다. 거대하고 동그란 악수. 반갑습니다! 평화로운 저녁을 만들었습니다. 얼음이 얼음일 때의 공포와 얼음이 얼음을 버릴 때의 쓸쓸함을 쌓아올렸습니다. 이누이트라는 말은 선뜩한 날고기. 길고 느린 석양의 조합. 결론을 알면서도 오늘의 손가락을 구부리는 이유. 비명을 지르면서 냄비를 놓지 못하던 엄마와 손바닥을 빨갛게 태우던 아빠의 시간. 양파의 흰 피는 화끈거리고 양파 속에서 찬바람 부는데 손 안의 오로라가 자꾸 미끄러집니다. 흰빛의 현란함이 위대, 라거나 장엄으로 불릴 때 한 방울의 내가 흘러내리던 사건, 걸쭉하게 웅크린 이글루 위로 위대와 장엄이 쏟아집니다.
'진주가을문예' 당선작 발표... 27년 운영, 올해로 종료
시 정월향, 소설 기명진 당선... 1995년부터 운영, 남성문화재단 해산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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