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장 / 장석남
서랍의 거미줄 아래
아버지의 목도장
이름 세 글자
인주를 찾아서 한번 종이에 찍어보니
문턱처럼 닳아진 성과 이름
이 도장으로 무엇을 하셨나
눈앞으로 뜨거운 것이 지나간다
이 흐린 나라를 하나 물려주는 일에 이름이 다 닳았으니
국경이 헐거워 자꾸만 넓어지는 이 나라를
나는 저녁 어스름이라고나 불러야 할까보다
어스름 귀퉁이에 아버지 흐린 이름을 붉게 찍어놓으니
제법 그럴싸한 표구가 되었으나
그림은 비어있네
장석남(1965년생, 한양여대 교수) 시인이 현대시의 선구자 정지용 시인(1902~1950)의 시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한 ‘제32회 정지용문학상’을 수상했다.
옥천군, 옥천문화원이 주최하고 지용회가 주관하는 정지용문학상은 한 해 동안 우리 문단에서 뛰어난 문학적 성과를 일군 시인을 선정, 시상하는 문학상으로 지용제를 개최한 이듬해인 1989년 제정한 이후 올해로 서른 두 번째를 맞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해 지용제가 10월로 연기되면서 예년보다 심사가 미뤄진 정지용문학상은 지난 7월 5명의 심사위원들이 엄정한 심사를 통해 선정하게 되었다.
심사를 맡은 유자효 지용회 회장은 “장석남 시인은 좋은 시를 쓰기로 정평이 나 있는 시인으로, 수상작으로 선정된 ‘목도장’은 서정과 인식이 잘 어울어진 작품”이라고 평가했고, ‘아름답고 고즈넉하고 황홀하다(횽용희)’ 등의 평가를 받았다.
장석남(1965년생, 한양여대 교수) 시인은 소감을 통해 “저의 입에서 ‘백록담’만큼이나 높고 아득한 이름을 실감으로 발음하게 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장 시인은 또 정지용 시인의 시 백록담을 들어 “암울한 시대의 울음에 동참하기도 하고, 그 시에 드리운 빛과 그늘을 따라 산책을 하거나 숨 가쁠 때마다 내 삶의 암울도 위로를 받는다”며, “정지용의 독자가 된 자체만으로 이미 큰 행운의 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장 시인은 창작 지원금 2천만 원을 받게 되며, 시상식은 10월 17일 제33회 지용제 행사 시 진행될 예정이나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별도 시상식으로 조정될 수 있다.
한편 장석남 시인은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상화시인상, 지훈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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