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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겨울공단 / 임재동


겨울 해는 

애인과의 약속을 기다리는 여공처럼

일이 끝나기 무섭게

재빨리 퇴근해 버렸다


종종종

교대 근무를 위해

어둠,

겨울엔 일이 많아

하루에 서너 시간씩 꼭 잔업을 해야 했다


지금 막

교대를 마친

가로등이

일제히 야간 작업에 들어간다


거리를 따라

실직자들처럼 고개 숙인 나무들

정리 해고 당한 낙엽들이

호호 입김 불며

구인 광고 앞을 서성이다 사라진다


이번 달엔

밀린 임금이나마 받을 수 있을런지

주택 부금이며

아이들 학비며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 짓는

공장의 굴뚝들


오랜 철야 작업으로

뿌옇게 시력을 잃은 가로등 하나가

깜빡깜빡

흐린 눈을 부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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