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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연극배우 / 최영자

 

 

얼굴에 맞는 베약 가지고

탯줄을 자른 지가 언제더라 아득하다

울어야 하는 장면에서

연습도 없이 실습으로

아버지를 잃어버리고

고향과 책가방을 잃어버리고

 

세상은 넓은데 무대는

왜 이리 좁냐고

앙탈부려도

한번 맡겨진 것은 절대로 바꾸어지지 않는다

달아나 보아도 그곳이 그곳이다

마음의 문을 열어야 완벽한

연기자가 되겠지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서

얻어질 수 있는 거라면

애시당초 잃어버린 것이 없을 거야

 

퉁퉁 불은 국수 그릇 안에까지 따라와

출렁거리는 바람

그래도 떠나지 못한 푸른 잎 하나

슬그머니 끌어넣는다

불빛 놓치지 않으면

잃어버린 것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몰라

 

일인 삼역을 가지고

관객의 눈빛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비틀거리면서 신발을 벗어 던진다

늘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연극은

 

세상에는 없는 길 하나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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