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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 김길전

 

 

파라킨사스 너는 뼛속까지 시린 밤에도 쇄골을 드러낸 가난한 여인의 입술에 걸린 광고
가진 것이 그저 빨강 밖에 없네요

추운 것들은 늘 번지려는 색 뿐이에요

낡은 예식장이 생각과 모자를 바꿔 장례식장이 되자 눈이 많이 내리고 대기하던 사람들이 죽었어요
간밤
그 신장개업의 담벼락에 어지럽게 나붙은 광고
생고무 신발 재고 정리 새 신발 신고 가세요

추운 것들은 늘 발이 젖어요

몸 전체로 광고인 갈치는
나무 상자 위 값이 치워진 나부처럼 누웠어요
그 은빛 몸을 쓸어 간을 보는 시선에도 동그랗게 뜬 눈

추운 것들은 늘 눈이 커져요

광고는 붉은 과장
광고는 춥고 따스함의 의도적 대비
광고는 움츠리는 불빛의 촉수

추운 것들은 언제나 끝에 있어요

오늘 파라킨사스는 눈 속에서도 드러낸 가슴이 너무 붉고
몇 낱알 쌀을 물고 누운 자는 신발이 없어요

단지 겨울이라는 그 이유만으로 모두 돌아섰네요

타인의 추위를 수긍하지 않는 이들의 등 뒤로
드러냄이 참 스산한데요


 

 

검은머리물떼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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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별은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저명한 문인의 상징주의 시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분에게 물었습니다. “문학의 현실참여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좋은 글을 쓰십시오. 그 것이 문학을 하는 사람의 가장 큰 현실참여입니다.” 그 분은 신춘문예에 대해 “심의의 가장 큰 관점은 발전성이다. 지금이 아닌, 그 후의 그이를 보는 것”이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참 오랫동안 별을 헤이며 살았습니다. 여름에 먼 섬에 가서 밤중에 몽돌 해변에 파도 소리를 들으며 누워있는데 마치 꼬마전구가 터지듯 별 하나가 꽈리처럼 부풀더니 반짝 빛을 발하고는 사라졌습니다. 그것이 별의 탄생인지 종말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제가 그것을 만나기 위해 어떤 불가해한 시공을 거슬러 거기 있다는 생각, 또 별이 그 조우를 위하여 그곳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에 미치자 등줄기에 쭉 한기가 훑고 내려갔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기이한 경험이었습니다. 경상일보의 당선 소식을 들은 순간 다시 그 전율을 느꼈습니다.

별은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데 예순다섯 해를 보냈습니다. 이제 저의 그 별을 놓지 않으렵니다.

 

 

 

 

애인을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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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현대시 갖출 언어의 긴장·유머등 고루 담아


예심을 거친 31명 145편의 시를 읽었다. ‘울거미’는 노동을 잃고 시골로 내려가는 동료에 대한 시큰한 애정을 담은 시이지만 감정이 앞선 나머지 서사가 결을 잃었다. 감정은 감출수록 행간 속에서 울림을 갖는다. ‘길의 방정식’은 언어의 긴장을 유지하다가 결국은 단추 구멍이라는 상식의 확인에 머물고 만 점이 아쉬웠다. 그러나 맨마지막 ‘새 발가락이 따뜻하게 만져졌다’라는 비상이 눈부셨다. 시란 평범한 사실의 재현이 아니라 발상의 대담한 전환이 이루어졌을 때 새로운 단계를 향해 비약한다.

 

‘볼펜 똥’은 발상과 언어의 서술이 재미있으며 간간이 유머도 구사하여 읽는 맛을 주는 것이 장점이나 너무 지루하다. 하고자 하는 얘기를 과감하게 생략할 줄 알아야 시적 발언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기 바란다.

 

당선작 ‘광고’는 현대시가 갖추어야 할 언어의 긴장과 냉담, 유머와 생략과 그로테스크까지 갖추었으며 무엇보다 강렬한 붉은색 꽃인 파라킨사스를 통해 광고로 대변되는 현대의 으스스한 풍경을 매력적인 언어 서술로 이끈 솜씨가 돋보인 작품이다. 이 시인의 언어 감각과 정동(affect)은 ‘추운 것들은 늘 번지려는 색뿐이에요’라는 구절이나 ‘광고는 붉은 과장/…/광고는 움츠리는 불빛의 촉수’라는 날카로운 대비 속에 한껏 빛을 발하고 있다. 뛰어난 신인을 새해 새 아침에 선보이는 선자의 기쁨이 크다.

 

- 심사위원 : 이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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