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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 조성국


이보게, 오늘 우리 가끔 갔었던 운정에 다녀왔네 자네의 포돗빛 기타 소리가 그리웠네 우물 속 메아리는 이미 떠나 가고 없었네


이보게 자네는 늘 춤을 추었네

 

그 시월에 자네는 부산까지 내려갔다가 다 떨어진 신발로 나를 찾아왔네 곯아떨어진 자네 몸 여기저기 뭉개진 포도껍질이 다닥다닥 달라붙은 것을 보았네 나는 못 본 척했네 하필 그때 나는 시험 기간이었네

 

 

그 오월에 내가 있던 부대도 광주에 내려갈 거라는 소문이 돌았을 때 작전상황판을 포도씨처럼 내달렸던 붉은 점들이 자네의 질주 경로일 거라고 생각했네 하필 그때 나는 지하벙커에서 슬리퍼를 신고있엇네

 

그 유월에 자네는 이름 모르는 사람들과 포도송이처럼 빽빽하게 신촌 오거리를 채웠네 향기로운 과즙을 하늘 높이 날리고 있었네 자네 목소리는 인화성이 강했네 하필 그때 나는 빌딩 옥상에서 취재수첩을 들고 있었네

 

이보게 나는 그림자조차 자네 곁에 없었네

 

나는 오늘을, 자네는 내일을 말했네 내가 저녁을 먹는 동안 자네는 새벽을 바라봤네 등이 굽고 무릎 아픈 이제야 자네 춤을 흉내 내보네 한 줄기 추억이 후회의 가지를 무성하게 치는 날엔 벼락처럼 웃기도 하네

 

 

이보게 나는 이제 마중할 일보다 배웅할 일이 많아졌네 어느 날 내 부음이 찾아가면 모르는 척해주게 마음이 씁쓸하면 푸른 힘줄 툭 툭 불거진 자네의 왼팔 한 번 내밀어주게

 

이보게 내 서랍에는 자네가 두고 간 악보가 아직 있네

 

 

음표들이 포도알로 영그는 이 깊은 밤, 자네는 기타를 치게 나는 춤을 춰보겠네 죽은 지도 모르고 몇 시대를 산 자가 변명의 춤을 춰보네 이 벌거벗은 몸짓에다 침을 뱉어주게


이보게,
아프지 말게 자네의 하늘에 먹구름이 남아 있다면 그건 내가 울고 가겠네

 

 

2018 518문학상 신인상 심사총평

 

 

 : 조성국  소설 : 박철수  동화 : 한완식 소문

 

  518기념재단, 한국작가회의, 계간문학들이 공동주최하는 2018 518문학상의 신인상(, 소설, 동화 부문) 심사결과 시부문 조성국 , 소설부문 박철수 , 동화부문 한완식 소문 이 당선작으로 결정됐다.

 

  2018 518문학상 신인상은 2 19()부터 3 31()까지 총50일의 기간 동안 공모를 진행한 결과,  1024, 소설 91, 동화 46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접수된 작품은 공동주최기관의 의견에 따라 구성된 각 부문(, 소설, 동화) 2인의 심사위원, 6(조성국, 서효인, 이진, 정용준, 이상권, 임지형)의 심사를 통해 각 부문별 한 편의 수상작이 결정됐다.

 

  시 부문은  (조성국)이 선정됐다. 이 작품은 심사 당시 심사위원 (시인 조성국, 서효인)으로부터 “518의 기억을 집단의 기억이나 조직의 기억이 아닌 개인의 기억으로 내밀하게 잘 풀어낸 작품이다 지난 시절에 대한 기억이 개인적인 형상화로 잘 형성되어 오히려 보편성을 획득한 아이러니를 지닌 작품으로서 개성 있는 문체 역시 다른 작품과 차별성을 지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평에서는 의 시어들은 기억함과 잊어버림의 팽팽한 줄타기이다 돌올한 시의 개성으로 계속해서 기억을 더듬게 한다.’고 평가됐다.

 

 

  소설 부문은  (박철수)이 선정됐다. 심사위원(소설가 이진, 정용준) 고시원에서 살며 취업준비에 목매는 청년의 애환을 잘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의 분투가 젊은이들의 당대 현실을 잘 드러내고 있을 뿐더러, 자존감 상실과 회복이라는 두 축을 넘나드는 과정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기념과 배제의 대상으로 그 위상을 넘나들곤 했던 광주 518의 은유처럼 읽히는 측면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동화 부문은 소문 (한완식)이 선정됐다. 심사위원(동화작가 이상권, 임지형) ‘80 5 18일을 기점으로 어린이의 심리를 따라가며 풀어쓴 것이 인상적이었다 실제 죽음을 목도하지 않았음에도 소문만으로 충분히 고통에 처한 주인공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고통스러운 그날의 이야기가 어린이의 시각에서 차분하게 풀려나갔다.’고 평가했다.

 

  2018 518문학상 시상식(본상, 신인상)은 오는 5 19(), 19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대강당에서 진행된다. 각 부문별 당선자에게는 상패와 상금(본상 1천만원, 신인상 시부문 300만원, 소설부문 500만원, 동화부문 300만원)이 수여된다.

 

  한편, 518문학상은 2005년 제정되어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리고 담아내며 새로운 관점으로 이를 계승할 수 있는 작품을 발굴하여 오월문학의 발전과 지속적인 집필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2016년부터는 미등단 신인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 518문학상 신인상(, 소설, 동화 공모)외에도 기성작가의 발간저서를 선정하여 역량 있는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518문학상 본상을 제정운영하고 있다.

[출처] 2018년 5.18문학상 신인상 시 당선작-조성국의 <춤>|작성자 박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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