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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계절을 앓는 꽃 / 김형미

 

아버지 가슴에서 꽃이 핍니다

한 방향으로 돌며 가만 가만 몸을 여는 화관에

고인 울음을, 새는

뭉툭한 부리로 읽고 갑니다

영등할미 극성을 부리던 그해 삼월, 바다는

머리를 풀고 골목까지 넘실대며

목이 터져라 만세를 부르다 물러갔습니다

소금기 간간한 땅이 키워낸 빈한한 초목들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함성을 줄곧 흘리곤 했습니다

울대가 터진 산하는 자주 신열을 앓다

등 푸른 새벽에 스러지곤 했지요

아득한 생처럼, 꽃잎은 피었다 쓰러지고

빈 성호를 긋던 어머니의 얼굴 뒤로

함성을 밀며 떠난 메아리도 몸 저 누웠던 여름

허공을 울리며 지나가는 한줄기 일성

그날부터 아버지는 예속되지 않은 둥근 시간처럼

몸의 바깥으로 상처를 밀어 올리는 꽃이 되었습니다

절박한 순간의 애절한 기도가

영원히 시들지 않은 무궁의 빛으로

가슴 한켠 불씨를 데워

하나의 이야기로 심지를 밝히는 꽃

붉은 화심(花心)을 감싸 안고

실 피톨 따라 희망을 파문처럼 번지며

아버지 왼쪽 가슴에서 꽃이 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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