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박물관 /
잠깐이지만
아무도 손아귀에 쥔 돌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심지어 돌 자신조차도
이날 서 있는 것이 어려워졌다
진열대에다 그릇을 나란히 놓는 게 힘들어졌다
돌이 있었는데, 모두가 달력에 숫자를 모아 놓았는데
새로 구한 유리 물병이 문득 오래되었을 때
나는 돌들에게로 내려갔다
털이 촘촘히 자라나는
나무 상자 속에 든 추위를 생각했다
몇 개의 형틀과 붉은 카펫
나는 알아요, 모두의 맨발이 얇고
오래된 집의 마룻바닥을 둥글게 한다는 것
발과 보석이 가진 고통은 흔한 것이어서
아무런 장식 없이도 두개골은 아름답다는 것
나는 또 걸어다닌 길이만큼 늘어난 모피를 생각했다
놋쇠반지가 비워둔 좁은 구멍이 있고
그 안에서 흰 돌을 끊임없이 골라내고 있었다
팔 없는 사내가 오고 있었다
물떼새가 죽고 있었다
팔 없는 사내가 오고 있었다
물떼새가
아무도 돌에게 차례를 주지 않았다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걸려 넘어지는
하룻밤 새 늙어버린 돌을 수명
죽은 내가 죽은 사실조차 기어나지 않게 되는 때
가작
귀뚜라미
나의 움직임은 가장 불규칙한 곡선이다
하나의 무늬 아래 갇혀 있다거나
어머니의 귓속에서 산란을 말하는 것은 나의 주된 습성
아무도 나의 혼탁한 겹눈을 모른다
흑갈색 시월은 오히려 반대로 발달하고
잡식의 바람은 늦가을을 삼킨다
힘세던 목소리는 무엇보다 길고 뾰족했지만
다 얼어버린 밤은 늘 무의미하다
어머니는 우리가 인간의 선조일지 모른다며 농담을 했다
찌르르르, 퇴화된 추억
짙어진 안개를 촉각으로 느낀다
접혀진 날개는 전혀 안부가 없고
나는 반짝이는 것들은 모두
야행성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치 않은 가시를 가지고
여기저기 돌출한 도시를 피해가는 것
길에서 마난 침묵들과도 악수를 하며
나는 월동 준비를 한다, 내가 걷는 곳마다
어머니의 지문들이 새겨진다
목적지는 새하얀 잠들이 산재해있는 곳
지금 비록 나는 땅의 숨 속에 미끄러지지만,
나는 가장 작은 몸으로도
가장 높게 뛸 수 있다
[심사평]
올해의 투고작은 예년에 비해 그 양이 현저히 늘어났고 작품의 수준 또한 놀랄만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총 16명 52편의 작품을 심사했는데 13명 정도의 작품이 당선권에 해당될 만큼 안정된 완성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김춘식 (국어국문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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