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수업이 끝난 강의실에 앉아 / 박소란
부르주아 냄새가 나는 노교수의 뒤를 따라 |
가작
흰나비가 날아오는 날이면 / 선샤인
수돗가에 쪼그리고 앉아서
케케묵은 스타킹을 빤다
스타킹을 조물락거리며 비비는 손등 위로
그녀가 느닷없이 팔랑이며 왔다
몇 해전 새하얀 머리로 떠났을 때 만큼이나
하얀 날개를 달고 찾아 와서
아니라는, 아직 멀었다는 날개짓으로 잔소리다
거품기 가시지 않은 손을 뻗어 잡으려 할 때
꾸지람만 덩그러니 남기고 잘 있으란 말도 없이
이웃집 나무 사이로 성큼성큼 사라지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의 눈동자에 찡하게 아지랑이 피어오른다
햇빛 한 가득 차 있는 마당
전기줄 따라 하늘을 가르는 빨래줄에
메리야스 사이로 언뜻 언뜻 보이던
오이지 같은 할머니의 젓가슴을 널면
어린시절 가슴에 박힌
욕쟁이 할마이의 매서운 문장들이
저릿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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