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기적 / 강지혜

 

유리부는 사나이가

대롱에 숨을 밀어 넣었다

행성처럼 부푸는

 

이윽고 사내가

숨을 들이마시자

따뜻한 유리물이

식도를 타고

 

흘러 갔다

 

폐와 혈관에 맺히는 성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는

쥐 떼

 

들이시면 들이쉴수록

사내의 볼을 뚫고

 

유리가락이 흘러 나왔다

음악처럼

고양이 수염처럼

 

외부인의 그림자가 스치는 공방의 밤

 

종종 떠나지 않고

 

내부가 유리로 된

사내들이

조심조심 가마 옆으로 모인다

 

기적처럼 해가 뜰거야

 

스노볼을 부풀려 줄게

 

박제된 기관지로

 

그리고 키스를 나누는 몇 사람

 

신장이나 고환에서

교회와 해변이

태어나고

 

벌려진 입술 사이로

떠도는

따옴표들

 

미로를 얻은 사내들이

소리를 듣는다

 

어디에도 간 적 없는

 

어디로도 온 적 없는

 

 

 

 

 

[수상소감]

 

시 쓰는 일은 힘이 듭니다.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의 힘에 매료되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것이 힘이 됐을 줄은 몰랐습니다. 힘을 나눠 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아름다운 아빠, 엄마, 경구. 시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해 주는 나의 상현. 심재휘 선생님, 이영주 선생님, 시를 만나고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셔서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고개를 들고 조금 더 걸을 수 있게 해 주신 김행숙 선생님, 이원 선생님, 서동욱 선생님, 고맙습니다. 대진대 문창과 선후배들, 힘을 가진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습니다. 꿈을 향해 간다며 대단하다 말해 주는 친구들, 이 비루한 시대에서 우리 힘을 잃지 말자. 그토록 바라던 일이 생겼는데 저는 이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 내야 하나, 다시 힘이 듭니다.

……

이것이군요. 시의 힘이란. 두려움을 짓밟는 언어의 능력. 그 힘을 갖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겠습니다.

 

 

 

 

 

돌고래 선언문 / 최지인

  

   손과 죽음을 사슬이라 부르자. 그들이 손가락을 걸고 있는 모습을 엉켜 있는 오브제라 부르자. 그들은 손가락을 쥐고 엄지와 엄지를 마주한다. 구부러진 몸이 손을 향해 있다. 손이 죽음을 외면하는 것을 흔적이라 부르자. 빠져나갈 수 없는 악력이 그들 사이에 작용한다. 손이 검지와 중지 사이 담배를 끼우고 죽음은 불을 붙인다. 타오르는 숨김이 병원 로고에 닿을 때 그들의 왼쪽 가슴은 기울어진다. 손에 입김을 불어넣어 주자. 손이 기둥을 잡음으로써 손은 기둥이 되고 그것을 선(善)이라 부르자. 죽음이 선의 형상을 본뜰 때, 다리를 반대로 꼬아야 할 때, 무너질 수 있는 기회라 부르자. 사라진 손을, 더듬는 선을, 부드러운 사슬을, 죽음이라 부르자. 그들의 호흡이 거칠어지면 담뱃재를 털자. 흩어짐에 대해 경의를 표하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