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고양이 / 김상득
야옹 야옹 울지마라 나비야
네 몸 속의 푸른 불은 누구에게
빼앗기고 네 피 속의 그 싱싱한
사나움은 어디서 잃어버리고
따뜻한 가을볕 아래 까모록이
졸다가 달그락 소리에 깜짝 깨어
배 고프다 야옹 야옹 울지마라
살찐 쥐 한 마리 잡지 못하는
온순한 것 풀어주어도 달아날 생각조차
못하고 주인 근처에서나 얼쩡거리며
슬프다 야옹 야옹 울지마라 나비야
겁많은 것아 네 살 깊은 곳의
향그럽던 푸른 불을 빼앗아 간
그 투명한 손은 누구냐 대체
내 날쌘 솜씨를 묶는 그 눈부신
사슬을 또 무엇이냐
밤 깊었다 가자 나비야 너를
묶는 그 질기디 질긴 줄을 끊어버리고
찬바람 부는 어두운 골목길 가자
네 발톱의 사나운 할큄을 기다리는
저 실한 먹이들 속의 푸른 불을 잡으러
달과 지붕을 넘어 슬금 슬금 가자 나비야
붉은 달이 슬금 슬금 구름 사이로 나오는
밤 깊었다 가자 나비야 네 온몸에
파랗게 불을 켜고 날 선 발톱을 세우고
슬금슬금
[가작] 유년 수업 / 장은식
한 학년이 오를 때마다
찾아드는 가정조사시간
우리는 조용한 나무가 되었다.
呼名(호명)될 생활을 준비하는 교실,
고아원 아이들은 아이대로
철거촌 아이들은 아이대로
팔목이 흔들렸다.
누님같은 여선생님의 목소리에도
아버지가 없는 몇 개의 가지가 흔들리고
어머니가 없는 몇 개의 가지가 흔들리고
부모가 없는 고아원의 몇갈래 가지도
흔들렸다.
흔들리지 않은 나머지 가지들도
속으로 흔들렸다.
봄은 아직 오지 않고
들은 손을 내리고 싶은 창밖의 나무들은
어디에도 없는 호주머니를 찾곤 했다.
그럴때마다
낯설은 가시내의 울음이 뚝뚝 떨어지고
우리는 교실이 떠나갈 듯 놀려댔지만
웃지 못하는 선생님은
한 그루의 나무가 되었다.
수많은 가지들을 들고
봄을 기다리는 한 그루 나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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