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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 / 임만근

 

눈이 낸 길이 하얗게 비탈을 타고 내려오고 있다

 

물어뜯을 듯 허옇게 이빨을 드러낸 삭풍을

자력으로 이겨내 보려는 듯

옷을 벗고 엉거주춤 서 있는 겨울 나목들.

어깨를 맞대고

서로의 맥박소리를 들으며

반가운 친구처럼 서로의 잔등이를 두들겨 준다

 

나목들은 견뎌낼수록 궁리가 되는 듯

마주보는 눈빛이 더 맑다

눈빛만 보아도 큰 위안이 되어주는 이웃, 바위와 잡목들

어우러져 이젠 바람이 응고된 휘파람소리쯤 무섭지 않은 듯,

 

햇살 품으로 살며시 안겨든 응달을 보자

등뼈가 닳은 산들은

옹그린 허리를 펴고

잎눈과 꽃눈, 피목들에게도 젖을 물린다

더욱 옹이를 빚고 있는 나목들을

품어 안은 겨울산

산등성이 삽목해 놓은 철탑들에게도 수인사를 보낸다

 

이윽고 산들이 젖을 먹이던 암캐처럼 슬그머니 일어나

앞 두 다리를 뻗쳐 기지개를 켜곤

뗏목을 짓고 도시 가운데로 흘러드는

인근 겨울산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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