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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물고기 / 김영진


시원始原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을 물고기가

삭아가는 암자 추녀 끝에 매달려

영원을 헤아리듯 그네를 탄다

은빛 비늘을 물방울로 튕기며

요리조리 대양을 누빌 날쌘 몸이

놋쇠 종발鐘鉢에 갇혀 몸부림을 친다

이따금 스치는 바람에 떨렁떨렁

맑은 소리는 시원으로 향하는데

투박한 형해形骸는 굴레를 빗겨가지 못한다

저녁공양 목어의 간절한 울림이

쉰 목소리로 텅 텅 메아리 치고

산그늘 드리워 밤은 깊어 가는데

갇힌 물고기는 제 몸으로 공양을 한다

풍경風景과 풍경風磬속에서

풍경風經으로 뱃속을 채우고

빈속을 채워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신호를 일상 보내지만

울림은 바다를 향해 가고 싶다는

은빛 비늘을 번득이며 나가가자는 신호일 뿐

암자 추녀 끝에 매달린 물고기는

영원을 가늠하는 그네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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