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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진달래꽃 / 김병수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락가수가 부른다 마야라고 했던가 목소리가 뻥뻥 뚫린다
마야 저 잉카제국의 라틴아메리카에서 건너온 저 마야
공중파 방송을 타고 뿌려지는 시인 김소월
한 세기를 건너뛰고 가요차트 1위까지 오른다
님을 보내지 못하는 애달픈 곡소리가 락으로 전이된다
락, 락의 정신을 소유한 저 시원한 목소리에
진달래꽃이 피었다 스피커에서 찢어질 듯 퍼져나온다
가끔, 체 게바라 사진이 걸린 뮤직비디오 라틴아메리카
수염에서 흘러나오는 여성락커의 진달래꽃은
영변(寧邊)에 약산(藥山)보다 너무 멀리서 온 것일까
목소리에 힘이 실린 만큼 진달래꽃은 시들시들해져간다
메가박스 복합상영관에서 줄을 서고 있는
저 헤드폰 귀를 봉합하고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린단다
브라운관 현란한 조명아래 마야가 진달래꽃을 부른다
베이스 기타와 전자 기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드럼은 찢어지고 있었다
더 강렬하게 불러야 고막정도는 너끈히 찢을 수 있어야
듣기가 더 좋다 주파수를 잘 맞추어야 들리는
도로를 잡아먹을 듯 덤비는 스포츠카 광폭타이어
안락한 가죽시트와 중저음 스피커를 통해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의 비트박스
비 내리는 영동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스포츠카 유리창이 빗방울을 떨어낼 정도의
그래야 속도감이 최고의 절정을 만들어 낸다
진달래꽃 사뿐히 즈려 밟고 가는 한 세기를 넘어온 시인
광폭타이어 속도를 아시는가
사뿐히 즈려 밟고 가기엔 시간이 너무 짧다
5분안에 끝나버리는 락의 속도에는
락커가 시인이 된 시대
한달도 못되어 폐기될 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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