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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둔 고래 / 최영정
밤새 헛기침하는 저 구두
신발장에서 꺼내 한 손에 낀 채 닦아내다가
밑창에
작게 뚫린 고래의 숨구멍을 보았다
비가 올 때마다
얼마나 많은 가느다란 물줄기가
컴컴한 동굴 같은
저 안에서 솟구치고 솟구쳤을까
내 마음이 내딛는 자리마다
생겨나는 커다란 물웅덩이에
빠진다.
정년퇴임 후 아버지가 가지런히 벗어둔
저 구두는
숨 쉬러 물 밖으로 가끔 뜬소문처럼 올라온다는
고래들처럼
요즘엔
경조사 빼곤 좀처럼 밖을 나서는 법이 없다.
다시 마른
헝겊만으로 구두를 닦고 또 문지르는데도
무슨 일인지
자꾸만 눈부신 물광이
구두에서 난다.
맛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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