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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풍란 / 조성순

 

변산에서 온

풍란에 물을 주는데

늑대 한 마리가 다가왔다

늑대는 갈기를 세우고

으르렁거린다

눈에서 불이 돈다

십리 밖에서도 자취를 아는

예민한 후각

바람 한 올도 놓치지 않는

쫑긋거리는 귀

늑대는

한 때 별을 보고 스스로 고독한 감탄사를 토할 줄 아는

각성한 자아였다

야생의 언어를 지닌 늑대를

개량화하여 내 그늘에 가두려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욕망이다

청맹과니가

무지개를 보려하는

어리석음이다

풍란에서 손길이 멀어지자

늑대가 부시시 일어난다

눈이 반짝 빛난다.

난(蘭) 대궁이 기지개를 켠다

 

 

 

[당선소감]

 

꽃은 죽으면 어디로 갈까요?

영혼 같은 게 있을까요?

 

어릴 적 초등학교 때 여름 방학 숙제로 책에 있는 남의 동시를 베껴서 낸 게 아름다운 고행 길의 시작이었습니다.

시를 가르치고 쓰게 된 지 꽤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자신이 늘 부끄럽습니다. 이번에 상을 주신 것은 부족하지만 좀 더 잘해보라는 격려라는 것을 압니다.

이젠 현장에서 은퇴를 하셨지만 아름드리 키 큰 느티나무로 지켜봐 주시는 세 분의 선생님이 계십니다. 어린 소년을 무릎에 앉히고 글쓰기를 가르쳐 주신 경북 예천군 감천초등학교의 김재만 선생님, 몇 년 전 제자의 수상 소식에 서울까지 오셔서 펄펄 날리는 눈발 맞으며 반가워하시던 대구 대건고의 도광의 선생님, 늘 부족한 제자를 다독여주시는 동국대 국문학과의 긴내 김태준 선생님께 큰절 올립니다.

언제나 훈훈한 인정을 나누는 대건고 26회 동창 여러분, 강남시문학회와 교육문예창작회의 여러분, 춘추와 주역을 가르쳐 주시는 한림원의 소계(小溪) 선생님과 소석(小石) 선생님, 그리고 동학(同學) 여러분과 기쁨을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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