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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사리들의 겨울 / 문정희
아침마다 뒷산을 오른다
개울물이 추위에 점점 가늘어지더니 꼬리를 잘려버렸다
며칠 전부터 산이 웅덩이를 어항처럼 안고 서 있다
산은 수입원 모두 끊겨버린 가장 같고
송사리들은 햇살을 빨아먹으려고 파닥거린다
웅덩이 가장자리에 가시처럼 얼음이 돋아난다
다급해진 산이 밤마다 살림살이를 내다 팔아버린 듯
웅덩이의 얼굴이 더 작아져 있고 핼쑥해져 있다
송사리들은 마당도 잃고 마루도 잃고 시무룩하니 오글오글하다
다음날 두근두근 계곡을 오르는데 웅덩이가 사라져버렸다
아, 산이 최후의 결심을 해버린 듯 얼음장을 끌어다가
꿈도 얼어버릴 동면 속으로 송사리들을 밀어 넣어버렸구나
낙엽들 모아 한 겹 덮어준다
봄까지는 아직 두 고개는 더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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