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대학부] 늙은 기관사의 집 / 이동한

 

늙은 기관사의 집은 역에서 멀지 않다

오늘도 기차소리가 파란 페인트칠 한 대문을 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지붕을 뚫고 지나가지만

그는 신발을 벗듯 기차에서 내렸다

 

마당의 복숭아나무 그림자가 철길 쪽으로 뻗어 있다

그림자의 발뒤꿈치가 철컹철컹 쇳소리를 내며

매일 역사로 출근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머물고 싶은 곳이 정작 떠나고 싶은 곳이라니,

그는 중얼거리며 처마 끝을 바라본다

 

구름 한 점 점멸등처럼 처마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그는 철길위의 구름이었다, 집 밖에서 잠들던 날이 많았다

누구하나 내리던 이가 없던 적막한 신발에서

그는 빈 바구니를 들고 내렸던 것이다

 

그에게 잠깐 멈춤의 건널목은 없었다, 속도가

그의 집이었고 길이었고 평생의 월급이었다

멀리서 오는 기차소리를 듣고 미리부터

마당귀에 일렁거리는 복숭아나무 우듬지

 

늙은 기관사는 천천히, 처음으로

복사꽃 붉은 꽃잎 속을 들여다본다

침목처럼 단단하던 무릎이 시큰거리는 봄이다

 

 

 

    

 

[고등부] 유목민이 살고 있다 / 김보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