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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 / 강영숙

 

나를 후들기고 간 늦겨울비

복숭아나무들 눈꼽 떼기 시작했고

포도나무 밑 냉이들은

저들끼리 속살거립니다

이럴 때는 혼자하는 여행이 참 좋겠습니다

마른 뚝새풀 듬성듬성한 논두렁 길은

그새 해동을 꿈꿉니다

 

산기슭, 봉분 몇 둘러 앉아

인생은 바람이래요

남은 생은 둥글게 살다 오라나요

문득, 호랑가시나무 감아오르던 댕댕이 덩굴처럼

당신의 등에 기대어 살아온 나를 봅니다

낚시꾼들 붐비던 강물은

날아간 멧새 한 마리 찾느라 두리번거립니다

 

먼 길 돌아온 소양강에

헝클린 마음 풀어놓습니다

떼지어 앉았던 철새들 날아오르며

잠시 팽개친 나를 데리고

북으로 날개를 젖습니다

북쪽으로 갈수록 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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