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미시령 휴게소 / 이병철

                                                    

허리춤에 먼 길을 숨긴 미시령 휴게소

서리 낀 우리창 밖에는 폭설이 쌓이고

옷을 털며 들어서는 사람들 손길에

철문을 붙들고 있는 스프링이

늙은 말의 아킬레스건처럼 삐걱거린다

모두 어디서 도망쳐 왔을까

저마다 얼굴을 감추려는 듯

우동 그릇에서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에

고개를 묻은 채 말이 없는 사람들

대설주의보에 붙잡힌 새벽이

두시와 세시 사이에 멈춰있는 동안

핸드폰 배터리를 충전하고

담배와 신문을 구입한 사람들이

불안한 얼굴로 차에 시동을 켠다

벌떼보다 맹렬한 눈발 속으로

후미등 불빛들이 완전히 사라지면

폭설 내린 산악도로 일대에는

야생동물 울음소리 뜨문뜨문 울려 퍼지고

누군가 마시다 남긴 커피만 식어가는

텅 빈 휴게소

눈 뜨고 자는 물고기의 꿈을 꾸듯

형광등 몇 개 밝혀둔 간이 매점이

먼 스노채인 소리에 귀를 귀울인다

 

 

 

 

[심사평]

 

   전국의 많은 대학에서 응모한 편 수도 만만찮거니와 작품의 수준도 향상된 편이었다. 새봄 나무 이파리처럼 싱싱하거나 혹은 갓 구워 낸 빵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를 접할 수 있는 기쁨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쉬운 것은 많은 응모자들이 주최측에서 요구하고 있는 주제, 즉 <인제의 자연, 풍물, 문화를 소재로 한, 인제의 이미지 홍보를 주제로 한 내용>을 간과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 경우 작품의 성공여부에도 불구하고 우선 심사대상에서 제외 되는 대접을 해야 했다. 또 하나는 인제지역의 지명이나 풍물, 혹은 자연대상을 시화 하는데 견강부회한 점이 많았다. 피상적이거나 관념적인 접근은 시를 억지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이병철은 <미시령 휴게소>외 여러 편의 작품들이 고른 수준을 보였으나 <미시령 휴게소>는 객관화 된 대상들에게서 온기가 느껴질 정도로 내면화된 구체성을 지니고 있어 대상으로 뽑기에 이의가 없었다. 강영숙은 <물봉선화>와 <소양강>에서 비슷한 역량을 봉주었으나 언어의 간결성이나 대상을 굵은 터치의 데생처럼 보여주는 역량이 돋보여 <소양강>을 우수작으로 선택했다.

  모든 응모자들에게 성원을 보내며 더욱 정진하기를 바란다.

 

- 심사위원 이상국(시인, 만해마을 운영위원장) , 최병헌(시인, 인제문협 회장)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