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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에 기대어 / 이인주
초당에 앉아 한나절 蓮池를 바라본다
못물에 풀린 구름이 저보다 환한 하늘을 삼키고
시치미 뗀다 눈치 챈 금빛 잉어가 주둥이를 내밀어
다급한 맥박을 전한다 공중에 흩어지는
물고기의 숨같은 초서들, 茶香이 식어갈 때 애써 원망하지 않는다
눈귀를 닫아건 세상과 고인 세상에 몸 적시는
그대들도 나도 탁한 당쟁의 못물에 갇혀 어지럼증
앓고 있나니, 이 아픈 耳鳴을 언제쯤 풀거나
공명도 부귀도 이미 먼 북방의 풍문처럼 아득하고
나는 한갓 시골벽지에 몸이 매인 몸
문지방을 넘은 뜻만 하늘만큼 자라
날마다 펼 수 없는 부피를 韓紙에나 넓힐 뿐
바람을 갈아 칼을 벼린들 무엇하나 내가 쳐내야 할 숲은
난마로 얽혀 밤이면 가슴에 채이는 물소리가
쇠 끓는 소리처럼 나를 끓이는데... 목민심서, 목멘 심사...
오후엔 우이봉에 올라 멀리 흑산도를 바라본다
파도에 홀로 몸 말리고 있을 형님,
나보다 뜻이 깊고 진중한 군자의 표현에 닿으려
굽이굽이 격랑 이는 편지를 띄운다
뜻은 같으나 몸이 같지 않음의 비애를 이리도 한합니다
대장부 한 세상이 광풍에 찢기는 돗폭 같습니다
갈매기떼가 한 하늘을 이등분하며 다시 전하지 못할 말을 물고
섬 쪽으로 가라앉는다 황혼이 마지막 기운을 동백숲으로 쏟아붓는다
내 기어이 오늘밤엔 울혈의 사연 밀어올리는
저 동백의 숨은 개화를 엿보리라 우련한 달빛 등지고
붉은 꽃눈을 닮은 처사 하나가 백련사로 접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