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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시 / 한귀은
술잔 속에서 별을 본 사람
별을 건져본 사람은 알지
몸 안에도 우주가 있어
끊임없이 연약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더불어
우리 밖 우주도 거칠게 숨쉬고 있다는 것을
사랑이 드러눕고
투쟁이 가라앉고 마침내
죽음도 작은 열매 속에서
씨를 틔워갈 때
우주를 마셔 본 사람은 알지
누구나 한 번쯤은 병신이 되고
누구나 팔뚝에 힘줄이 불끈 솟는 술이 되고
종종 눈물이 눈에 가득 차서
부르지 않아도 눈물이 호출된다는 것을
그래서 또 술을 마시지
염전 가득 하얗게 표백되어 가는 소금
그 무수한 지상의 별들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지
술잔에 시가 뜨고
아
시 속에도 작고 여린 우주 하나가
첫 숨을 트는 울음을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