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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 한용국
누워 있는 남자의 입으로 공기가 밀려 들어간다 느릿느릿 기다려왔다는
듯이 열린 식도를 통과해 간다 곧 저 공기는 남자의 꼬리뼈에서 마지막
흔적을 밀어내리라 남겨질 한 줌의 질척함을 비둘기가 안다는 듯 고개 주
억거리며 지나간다 십분 전 그는 마지막 담배를 피웠으리라 손끝이 다 타
들어갈 때쯤 모든 회한과 환멸을 떨어뜨리고 수도승처럼 신문지 위에 누
웠으리 그의 잠을 깨우던 굉음이 떠나가고 세상이 그를 정적 속으로 초대
한 것이다 한때 그를 빛나게 했던 꿈의 이마는 꼬깃꼬깃 접혀 있다 어쩌
면 저녁거리의 불빛들이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을까 하지만 모로 누워 웅
크린 자세는 무언가 단단히 그러쥔 손아귀처럼 보이는데 아무도 알아채
지 못하는 안식을 단 한 번의 눈길로 스치는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가고
있는가 왜 이 소리 없는 잔혹 앞에서야 모든 궁극적인 질문은 보편성을
얻는가 공기가 지나간 그의 몸을 얼룩진 신문의 활자들이 더듬더듬 읽으
며 덮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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