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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를 삶는 / 윤관영


국수를 삶는 밤이다

일어나는 거품을 주저앉히며

창밖을 본다 滿開한

벚나무 아래 평상에서 소리가 들린다

웃음 소리가 들린다

젓다가 찬물에 헹군다

누가 아들과 아내 떼어놓고 살라 안 했는데 이러고 있듯

벚꽃은 피었다

기러기아빠라는 말에는 국수처럼 느린 슬픔이 있다

비빈 국수 냄비의 귀때기를 들고

저 벚꽃나무에 뛰어내리고 싶은 밤이다

저 별에게 국수를 권해 볼까

국수가 풀어지듯

소주가 몸 속에서 풀리듯

국수를 삶는 내가

벚꽃에 풀리고 있다


국수가 에부수수

벚꽃처럼 끓는 밤이다






이즈막, 꽃 / 윤관녕


상추 따는 여인의 엉덩이가

쌈처럼 보인 적 있다

서 있는 모습으로는 깻잎 딸 때였지만

이는 원경이 좋다

안경알에 떨어진 담을 입바람으로

분다

네모난 꽃은 없고

네모난 꽃은 없고

나비는 날개가 크지만

몸통은 벌을 닮았다

잎 다 따가고 남은 곳에 핀 담배꽃

배추꽃, 감자꽃, 장다리꽃, 부추꽃, 가지꽃, 깨꽃

꽃도 인제 먹는 꽃이 예쁘다

이즈막 그렇다

번지는 사과꽃 복사꽃, 잘 안 뵈는 모과꽃 살구꽃

꽃은 왜.

둥글 넓적인가

여인의 엉덩이야 그저

묻은 독에서 김치를 꺼낼 때나

장 드는 때가 첫대바기 좋지만, 그건

다, 어머니로 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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