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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달리기 / 김봉래
신체의 일부가 되기 전에는 단지 고철에 불과 했지만
운명처럼 필요와 용도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 쇠붙이,
어쩌면 저 두 개의 바퀴는 생전에 불도저였었는지도 몰라
그저 보행 보조기로서의 역할만 담당하기에는
넘쳐나는 에너지를 감당할 수 없어
저렇게 속도를 즐기고 있으니까 말이야
강력하게 추진하는 좌우의 은빛 휠 위로
터질듯 솟아오른 이두박근이 태양을 향해 꿈틀 거리고
질주하는 전차의 엔진은 무리한 펌프질에 목이 타지만
이 정도의 트랙은 사막도 아니지
치기어린 한 때, 경계 지은 하얀 선을 무심히 넘나들다
과속트럭에게 두 다리를 모두 주고난 후에도
규칙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질서였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을 허비 해야만 했어.
부딪힐 듯 아슬아슬하게 기울어져 코너를 돌다
다시 힘차게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는 바퀴들에게
생의 고비가 직선의 레인 일 수는 없는 거라고 위로해 봤자
그것은 아주 궁색하고 초라한 구호품 정도인 게야
앞서거니 뒤서거니 전력을 다하는 나머지 생 앞에
순위는 그저 순위일 뿐 각 주자의 결승점은 각자에게 있는 것
할 수 있는 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기록과의 경쟁이지
신체의 일부가 되어 필요와 용도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운명 같은 저 쇠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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