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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우流星雨에 젖은 날 / 최정진


 

유성우가 내린다하여 강변에 간다

아직은 저녁이어서

수면을 따라 걸으며 기다리는 밤

석양 앞세워 밀물 차 오르는 바다처럼

강도 만조를 꿈꾸는 걸까

수면이 상류를 향해 흐르고 있었다


뜨거운 숨 뿜으며 거꾸로 걷는 아줌마들

등이 아니라, 밤으로 가는 저녁 하늘처럼

짙어가는 표정 마주 보고 걷는다

맞닥뜨린다는 것은 본래

더 가까워질 거리가 남아있지 않을 때

터벅터벅 멀어질 일만 남을 때 아니었나

눈 마주치며 같은 방향을 향해 걸을 수 있다니

앞서 가는 아줌마 눈이 밤처럼 깊어지고

거꾸로 보면 느낌표 같은 그림자가

찰박찰박 흔들리다 내 발을 향해 차 오른다


한참을 걷다 거꾸로 흐르던 하류가

상류와 만나는 곳에서 멈춘다

차 오르던 밀물도 어디쯤에서 썰물과 만나

흰 물거품 일으키며

서로의 안부, 파도소리로 토닥였으리라

강변에 무리 이룬 억새

유성우를 기다리는 사람들 표정 잔잔하다

 

어느 쪽으로도 흐르지 않는 수면에서

송사리들이 물 밖으로 몸을 활시위처럼 당긴다

그녀가 내 밖으로 튀었을 때도

저렇게 반짝이는 것이 흘렀었나

오늘은 페르세우스자리에서 별들이

지상으로 튀는 날

만조의 별자리가 쏟은 눈물

우린 그것을 유성우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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