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 사연 / 변삼학(은상)
산간 다락 밭에 감자꽃들,
그 사연 전해들은 듯
온몸 흔들어 아프게 웃는다
어디서 손가락 잃은 사연 들었을까
그 하얀 웃음 속에 살 하나 부러진
갈고리 같은 손으로
씨감자 쪽 심던 어머니가 보인다
오래 전
내게도 씨감자 하나 있었다
일생 단 한번 화려한 약속을 맺는
여자의 왼손 약지를 잃은 내게
어머니
당신의 약지를 씨감자처럼 심어주셨다
뚫린 빈터에 한줄기 깊은 상처를 보듬고
단단한 열매로 달렸을 때
그 굴곡의 손마디 고갯길
빠듯이 아픔 뚫고 결혼반지 끼었던 날
혼주 석에 앉아 눈물 훔치시던
어머니의 장갑 낀 왼손
빈 손가락 하나
흰나비의 날개처럼 흔들렸다
지금 내 약지, 반세기의 세월이 실려
묵은 감자처럼 주름져있지만
그 골마다 품은 어머니의 세포가 아직
씨감자 순인 듯 생생이 눈뜨고 있다.
주머니의 힘 / 박주용(동상)
주머니 만드는 일을 하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도회지의 아침을 여네
새떼들의 빛나는 날개짓이네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저 어린날 여치와 방아개비의
푸른 날개짓을 주머니 속에 한 데 비벼 넣어
웃음 빛깔 토해낼 줄을
가을 들녘 콩깎지 터지듯 웃음보 터트릴 줄을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아스팔트 기어가는 초록 애벌레의
투명한 속살 쳐다보며 벌거벗은 웃음 웃을 줄을
공장 지붕으로 이륙하는 비행기 엔진소리같은
재봉틀을 돌리며 꿈처럼 훨훨 웃음 날릴 줄을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아동복을 만드는 공장에서
재봉 일을 하는 열아홉 그녀가 주머니를 달 때마다
반지하 유리창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빛을
단칸방에 간간히 들려오는 풀벌레소리를
주머니 속 가득 집어넣어 삶을 박음질하며 웃을 줄을
주머니 만드는 일을 하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도회지의 하루를 마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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