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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 김봉래

 

붕어빵의 생은 뒤집어 지는데 있었다
둥그런 방패 속에 한 칸씩 자리를 잡고
빙글 돌때마다 노랗게 완성되는 삶,
하루 종일 열심히 돌리고 뒤집었지만
쪽방의 허기를 달래주기엔 여전히 부족했다.
그을려진 면장갑에서 이스트냄새가 풀풀 날리고
잘 익은 가난이 누런 종이봉투에 담겨 넘겨질 때마다
땡그랑 소리 내며 깡통 속으로 던져지는
오백 원짜리 행복 두 개
눈이라도 펑펑 쏟아지는 날엔
분주하게 돌아가는 방패 따라 수십 쌍의 붕어빵이 태어나고
아버지의 하루는 짧고 즐겁기만 하다.
깡통이 침묵하는 날씨 궂은 어떤 날엔
어항속의 금붕어도 보기 싫다는 아이들에게
붕어빵 먹여 재워야 하는 고단한 현실,
십 수 년을 하루같이 공들여온 희망이
힘없는 백열등 불빛 아래서 환하게 잠들어 있다.
머지않아 저 아이들이 아버지의 생활을 뒤집고
아버지의 방패를 용도 폐기 시키는 날
아버지도 기꺼이 자신의 삶을 뒤집을 것이다.
곤궁이 창끝처럼 찔러오는 생활전선에서
달랑 방패하나로 지금까지 꿋꿋이 지탱해온 아버지
오늘도 한 모금 길게 담배로 빈 배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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