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교원 선발방식의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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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및 교사와 관련하여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선발 방식에 있다. 만약 인간에게 저마다의 타고난 소질이 있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질을 가장 탁월하게 발휘하면서 평생을 살아갈 때 본인에게도 행복이요,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도 발전이 있을 것이다. 이는 가르치는 직업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은 적성형 교사보다는 적응형 교사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1998년 IMF이후로 대부분의 청년들이 안정적인 직장인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호하게 되고, 옛날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각종 공무원 시험의 경쟁력이 높아져 갔다. 그 중에는 당연히 교사라는 직업도 포함되어 있다. 사실 공무원들은 오로지 영리만을 추구하는 여느 직장들과는 달리 봉사와 희생을 요구하는 측면들이 다분히 있으므로 신분을 포함한 많은 측면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을 하고 있다. 문제는 공무원의 자질이 안 되는 사람들이 그러한 특혜를 특권인 양 착각하고 공무원 직업 전선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대표적인 집단 중의 하나가 교사라는 집단이다. 대부분의 현직 교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 문제는 자기 혁신을 위해서라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학교 현장의 실태와 상황을 무시한 채 무조건 교사들을 철밥통으로만 인식하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도 각성을 할 필요가 있다. 교원 개혁과 관련해서 여러 방안들이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교원의 자질문제라고 생각된다. 즉 교원의 자격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교원의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내가 보기에 교원은 지식 전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 학생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는 일이다. 그렇다면 교원을 임용 시킬 때 이 부분에 대한 적용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나는 현행 시험제도와 병행해서 정말로 교사가 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양성 기관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 기관에서는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교사의 자질과 인성 향상에 매우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 지원 자격은 누구에게나 주어지게 하되 교육과정을 상당히 오랜시간을 두고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교사 이외에 다른 직업을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교육을 받는 그 기간동안 이들은 학교 현장에 투입되어 오늘날 인턴교사와 같은 지위를 누리면서 실무경험을 쌓는 기회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본인이 포기를 하지 않는 한 졸업 후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전원에게 교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주어야만 한다.
이러한 선발방식이 가질 수 있는 기대효과는 일단 정말로 교사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교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며, 늘 성실하고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항상 우수한 성과를 거두지만 선천적으로 시험과 같은 제도방식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해서 교사가 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교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그리고 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기간제 교사나 인턴교사들이 교육에 집중해서 아이들을 가르쳐도 모자랄 시간에 또 다른 진로의 길을 모색하거나 아님 시대 저항의 방식으로 무성의한 수업을 실시하는 등의 문제를 동일한 투자비용으로 현직 교사 못지 않은 기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들의 미래에 대한 보장이 확실시 되고 또 졸업 후에는 지금과 같은 동일한 여건 속에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매사에 주어진 일에 대해서 열정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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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방식과 관련해서 실학자 박지원의 견해는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그에 따르면 과거제도는 불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평소에 늘 소신을 가지고 준비해 온 수험생들과 벼락치기 식으로 공부해 온 수험생들 사이에 확연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험 합격자들은 평소에 늘 소신을 가지고 준비해 오던 사람들의 몫이 될 것이다. 이들이 바로 진정으로 선생님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다. 사실 당시에는 거의 대부분의 선비들이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있어서 실력을 갖추고 있어도 조정과 그 뜻이 일치하지 아니하면 과거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소신을 가진 사람들이 드물다. 현직 교사들 뿐만 아니라 교사에 뜻을 둔 사람들이 기간제 교사나 아님 시간강사를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회의를 품고 있으면서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 길을 걷고자 한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대체로 신분보장에 대한 매력 때문일 것이다. 이는 현직 정교사들에게 과도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그러한 제도권에 들어 가지 못한 교육 종사자들은 그야말로 찬밥 대우를 받는다. 웃기지 않는가? 가르친다는 점에서 그들은 동등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둘에 대한 인식은 하늘과 땅 차이니 말이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만큼 교육 전반에 대해 왜곡된 사고를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의 본질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도 없고 오로지 자신의 물질적 이득과 여건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교육의 방식을 택한 것이다. 누군가 말했던가! "배부른 돼지가 되기 보다는 차라리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더 낫다고"....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이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차라리 배부른 돼지를 선택한다.
대학교수와 시간강사의 차이,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장 실현 가능성이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사람들은 보다 나은 여건 보장에는 관대하나 감당할 수 있는 손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손해를 보는 것에 대해서는 인색하기 그지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유일한 대안은 결국 분배적 평등의 실현으로 귀결된다. 교육의 제도권 안과밖의 양극화 현상은 이미 극과 극에 이르렀다. 이러한 갭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면 어느 쪽이든 간에 극단적인 행동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나는 그 시기가 임계점에 다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같은 민족끼리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던 민족 상잔의 비극 한국전쟁처럼 그러한 순간이 도래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더 나아가서 현직 시간강사나 기간제 교사들은 언젠가는 나도 대학교수나 정교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는 안 되, 그 이후에 마치 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진리를 발견한 것처럼 그러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즉 정식 교원이 되고 난 후에 너무 많은 기대치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그때부터가 정말로 시작이다. 처음에 가졌던 초심의 마음을 잃지 않고 정말로 학생들을 열정으로 가르치는 데 최우선의 가치를 부여하면서 자신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여건을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만 한다. 그것만이 교육의 제도권 안과 밖이 모두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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