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감상 / 박소란

 

 

한 사람이 나를 향해 돌진하였네 내 너머의 빛을 향해

나는 조용히 나동그라지고

 

한 사람이 내 쪽으로 비질을 하였네 아무렇게나 구겨진 과자봉지처럼

내 모두가 쓸려갈 것 같았네

그러나 어디로도 나는 가지 못했네

 

골목에는 금세 굳고 짙은 어스름이 내려앉아

리코더를 부는 한 사람이 있었네

가파른 계단에 앉아 그 소리를 오래 들었네

뜻 없는 선율이 푸수수 귓가에 공연한 파문을 일으킬 때

 

슬픔이 왔네

실수라는 듯 얼굴을 붉히며

가만히 곁을 파고들었네 새하얀 무릎에 고개를 묻고 잠시 울기도 하였네

 

슬픔은 되돌아가지 않았네

얼마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나는, 그 시무룩한 얼굴을 데리고서

한 사람의 닫힌 문을 쾅쾅 두드렸네

 

 

 

한 사람의 닫힌 문

 

nefing.com

 

 

20회 노작문학상 수상자로 박소란(39) 시인이 선정됐다.

 

노작홍사용문학관은 수상작에 박 시인의 시집 한 사람의 닫힌 문’(창비)이 선정됐다고 4일 발표했다. 심사는 문정희·안도현 시인, 박수연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안 시인은 선정작에 대해 사소한 일상을 긴장의 눈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긍정적이고, 소통의 공간으로 시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평했다.

 

노작문학상은 일제강점기에 동인지 백조를 창간하며 낭만주의 시운동을 주도했던 홍사용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자 지난 2001년 제정됐다. 상금은 3000만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926일 경기 화성시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열린다.

 

박 시인은 동국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 2009문학수첩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2015)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내일의한국작가상을 수상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