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모든 교과목에 동일한 가치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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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교육개혁은 개량적 보수가 아닌 전면적 보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논의에 앞서 우선 순위를 매기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교육에 있어 내가 느낀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구조적인 부분이다. 장담하건데 구조적 시스템만 제대로 개선을 해도 우리나라 교육문제의 절반은 해소되리라고 확신한다. 더 나아가서 사회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인재들이 골고루 분배될 수 있기도 하다.
그럼 어떤 부분을 해결해야 할 것인가! 교육과정의 정상화이다. 즉 모든 교과목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교과목이 국영수 위주로 편성되어 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국영수만 잘 해도 교사, 학생, 학부모의 공통적 관심사인 일류대학 진학이 가능하다. 실상이 그렇다보니 모든 교과과정이 국영수 위주로 편성됨은 말할 것도 없겠다.
문제의 원인은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학생들은 저마다 타고난 능력이 다른데 국영수 위주의 일률적인 주입식 교육만을 강조하다보니 부적응 학생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교육을 하루 종일 강요받다 보니 학교에 가기 싫어진다.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 중에서 가장 실질적인 해결이 가능한 문제이다. 교과목 편성 비중을 동일하게 하면 된다. 이 때 더 중요한 것은 교과목의 실질적인 가치까지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각 교과목의 단위 시수를 동등하게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현행 교과목에 대한 성적 반영비율을 모두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이 특정 과목에 대한 집중적 공부가 아닌 모든 과목에 대해서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면서 공부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말로 자신의 적성에 맞는 과목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게 된다.
이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학생들이 중등교육을 마치고 대학진학을 하게 될 때 정말로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대학진학을 앞두고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학부모와 선생님들의 상담을 통해 취업 선호 위주의 학과를 선택하게 된다. 흥미가 아닌 오기로 대학을 졸업하게 되고 전공 학과와 관련된 직장에 취직해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대다수 국민들의 현주소이다. 취직 후 가끔은 진로를 바꾸어 볼 생각도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기에는 이미 결혼을 하고 자식들이 생겨난 이후이며 자신의 인생보다는 가정에 대한 의무감에 더 가치를 두는 시기이므로 결국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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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학생들이 수업을 받음에 있어 전과목에 대한 동등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과목에 대해 동일한 선택권이 주어질 때 학생들은 진정으로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순간 교육에 있어 강제성은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중등학교 학생들은 모든 과목을 배제한 채, 오로지 국영수 과목에만 모든 시간을 투자한다. 학교 교육도 모자라서 학원에서까지 그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입시체제는 국영수만 잘해도 자신이 목표로 삼는 어떤 대학이든 진학이 가능하다.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만약에 국영수에 상응하는 단위 수를 비교과 영역에 적용시키고, 그 대신 국영수 과목에다가 비교과에 상응하는 단위 수를 적용시킨다고 가정해보자. 장담하건데 아무도 국영수 공부를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부분이다. 국영수에 치중된 편식 위주의 공부방식을 모든 교과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체제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는 우리 교육이 지향하는 전인교육 및 전인적 인간상을 만드는 데에도 일치한다. 학생들은 모든 교과에 대해 동등한 시간을 투자하여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학생들이 대학을 진학하거나 아님 곧바로 사회에 진출하게 되더라도 전 교과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국영수 지식에만 해박한 사람보다 훨씬 더 문제해결력 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런 방식을 취한다면 각 교과목에 동일한 단위수를 부여하게 되고, 학생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국영수 교과목 단위 시수는 필연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비교과 영역의 단위수는 늘어나게 된다. 내신 및 수능에서도 동일한 시험시간이 주어질 것이고 동일한 문항수, 진학에 있어 동일한 비율이 적용될 것이다. 예상되는 반론은 이런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영수 교과목은 주어진 시간내에 진도를 마치지 못하게 되고, 그밖의 여러 교과들은 진도를 마친 후에도 시간이 남아 돌게 될 것이라는. . . . .
그 다음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 교과서 개정이다. 일단 국영수 교과목의 난이도를 조정하고 그 깊이를 줄여야 한다. 반면 비교과 영역의 교과서는 난이도를 높이고 심도 있는 주제들까지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수학에서 미적분 같은 단원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제외시킨다. 대신 윤리영역에서 다루는 여러 사상가들의 내용을 단 몇줄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분량을 추가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교육 전반에 있어 정말로 중요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공부를 시작하는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넘어설 수 있는 산을 제공해야만 정상에 도달 할 수 있다. 그런데 등산을 시도해보기도 전에 포기를 한다면 교육의 붕괴현상은 필연적으로 도래할 것이다. 그렇다면 수학에서의 미적분과 같은 부분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것이 바로 대학의 몫이다. 자신의 적성과 소질이 무엇인가를 파악한 학생들은 대학에서 정말로 자신이 관심있어 하는 분야에 대해서 밤을 지새우며 공부를 하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지금처럼 단지 취업을 목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 호기심으로 가득찬 상태에서 그 분야에 정통한 교수님들로부터 수업을 받는 다면 대학의 작동기능 또한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느 특정한 분야가 아닌 사회의 전 영역에 우수한 인재들이 골고루 분포되어 사회 전반에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학생들은 자신의 소질에 맞는 전공을 살려 직장을 구할 수 있으므로 학교에서 그랬던 것처럼 직장에서도 재미를 느끼며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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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충돌이 발생한다. 이 충돌 과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밥그릇 싸움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각 단위 교과의 평등한 분배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영수 위주의 교과목에 대한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그냥 간과할 국영수와 관련된 사람들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현직 교사에서부터 불만이 있을 것이다. 직접적으로 자신의 봉급이 줄어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후배들이 입지가 좁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직 교사 이상의 직책을 수행하시는 교감, 교장, 장학사, 교육감과 같은 분들 중에는 대부분 국영수 출신들이 확률상 많을 것이므로 이 분들 역시 이러한 정책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과목 선정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 로크의 형식도야설과 공자의 육예처럼 인간이라면 공통적으로 지녀야 할 공통된 과목이 있다고 생각된다. 만약 교과목을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에 맞추다보면 1950년대에 존 듀이가 펼쳤던 미국의 교육정책처럼 교과목이 흥미위주로 선정되어 실패의 쓰라린 경험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또한 학부모의 기준에 맞추다 보면 일류대학 진학 내지는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 교육이 전락될 가능성이 지배적이다. 이는 우리나라 학원의 수와 그 많은 학원들이 가르치는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교육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오래전부터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유지해 온 각 교과에 대한 영역들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교육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독특한 현상을 감안하여 가장 현실적 대안을 대안을 나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방식으로 결론지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득을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이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어느 방식을 택하든 간에 변화과정에는 필연적으로 변화를 전후로 한 장단점 및 그로 인한 손익관계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과정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힘을 가진 집단에 의한 일방적인 처리가 아닌 공론의 장을 통해 완만한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절차적 합리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러한 특수관계에 놓인 집단들의 이해관계보다 더 우선적인 바람직한 교육과정을 대한민국에 정착시키고 모든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를 하고 싶도록 만드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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