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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숲과 새들 / 송수권

 

나는 사랑합니다 우리 나라의 숲을, 늪 속에 가라앉은 숲이 아니라
맑은 신운神韻이 도는 계곡의 숲을, 사계四季가 분명한 그 숲을
철새 가면 철새 오고 그보다 숲을 뭉개고 사는 그 텃새를
더 사랑합니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신다든가 뱁새가
작아도 알만 잘 낳는다든가 하는 그 숲에서 생겨난 숲의
요정의 말까지를 사랑합니다

나는 사랑합니다, 소쩍새가 소탱소탱 울면 흉년이 온다든가
솔짝솔짝 울면 작다든가 하는 그 흉년과 풍년 사이
온도계의 눈금 같은 말까지를, 다 우리들의 타고난 운명을 극복하는
말로다 사랑합니다, 술이 깬 아침은 맑은 국물에 동동 떠오르는
동치미에서 싹독싹독 도마질하는 아내의 흰 손이 보입니다, 그 흰 손이
우리 나라 무덤을 이루고, 동치미 국물 속에선 바야흐로 쑥독쑥독
쑥독새가 우는 아침입니다

나는 사랑합니다, 햇솜 같은 구름도 이 봄날 아침 숲길에서
생겨나고, 가을이면 갈꽃처럼 쓸립니다, 그보다도 광릉 같은 데,
먼 숲길쯤 나가보면 하얗게 죽은 나무들을 목관악기처럼 두들기는
딱따구리 저 혼자 즐겁습니다

나는 사랑합니다, 텃새, 잡새, 들새, 산새 살아넘치는
우리 나라의 숲을, 그 숲을 베개삼아 찌르륵 울다 만 찌르레기새도
우리 설움 밥투정하는 막내딸년 선잠 속 딸꾹질로 떠오르고
밤새도록 물레를 감는 삐거덕, 삐거덕, 물레새 울음 구슬픈
우리 나라의 숲길을 더욱 사랑합니다

 

 

 

산문에 기대어

 

nefing.com

 

 

2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자로 송수권 시인이 선정되었다

 

지난 75山門에 기대어로 문단에 정식 등단한 송 시인은 시집 山門에 기대어’(80), ‘꿈꾸는 섬’(83), ‘아도’(85) ‘새야 새야’(87), ‘우리들의 땅’(88), ‘사랑이 커다랗게 날개를 접고’(89) 등을 잇따라 펴냈으며 지역사회 문화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86년 금호문화재단 예술상과 87全南도문화상을 수상한데 이어 88우리들의 숲과 새들로 영예인 소월시문학상을 받았다.

 

이번 수상작은 자질구레한 일상사와 하늘과 바다와 우주를 모두 아우르며 새로운 빛깔로 되살리는 무궁한 생명력의 시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그의 에는 우리 민족 정서인 이 짙게 배어있는데 그의 은 슬픔과 체념의 이 아니라 을 부정하는 역동성으로서의 이라고 문학 평론가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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